KBS 리얼 버라이어티 ‘우리동네 예체능’의 문은애 작가(47)는 ‘예능계의 김수현’이다. ‘예능계 미다스의 손’이라 부르는 이도 있다. MBC ‘무한도전’ ‘황금어장’, KBS ‘안녕하세요’ ‘상상플러스’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참여해 인기몰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KBS가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 종영한 ‘달빛프린스’ 후속으로 ‘우리동네 예체능’을 내놨을 때 시청자들은 메인 MC가 강호동이라는 사실 못지않게 문 작가의 합류에 주목했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작가진에는 문 작가 외에 KBS ‘1박2일’ 출신인 최재영 작가(36)도 있다. 둘을 묶어 ‘강호동 드림팀’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강호동은 ‘무릎팍 도사’에선 문 작가와, ‘1박2일’에서는 최 작가와 호흡을 맞췄다.
두 작가 말고도 요즘 방송계에는 대중의 관심과 함께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 예능 작가가 적지 않다. 일부 예능 프로 온라인 게시판에는 “A 작가가 하는 프로여서 믿음이 간다”, “B 작가에서 C 작가로 바뀌면서 재미가 떨어졌다”는 평가들이 오르내린다.
KBS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의 메인 작가였던 이우정 씨(38)는 일명 ‘캐릭터 제조기’다. ‘은초딩’ 은지원, ‘국민할매’ 김태원 등 출연자의 캐릭터를 잡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 역량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집필할 때도 발휘됐다.
집단 토크쇼인 MBC ‘세바퀴’의 김성원 작가(46)는 ‘떼토크의 장인’이다. 그는 현재 종합편성채널의 집단 토크쇼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SBS ‘런닝맨’의 박현숙 작가(41)는 ‘게임의 신’이다. KBS ‘해피투데이’의 ‘쟁반노래방’부터 SBS ‘X맨’과 ‘패밀리가 떴다’까지 그가 참여한 프로 중에는 게임의 묘미가 살아 있는 예능이 많다.
예능 작가가 스타 대열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무한도전’ ‘1박2일’ 같은 리얼버라이어티 쇼가 유행한 2000년대 중반부터다. 미리 짜 놓은 각본에서 벗어난 리얼버라이어티는 기획이 성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사전 대본보다 현장 상황에 맞춰 작성하는 즉석 대본의 비중이 크다.
예능 작가는 PD와 마찬가지로 사전 기획부터 출연자 섭외, 편집에까지 개입한다. 작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KBS에서 CJ E&M으로 이적한 ‘1박2일’ 연출가 나영석 PD는 “현장 변수가 많은 리얼버라이어티는 기획을 얼마나 정교하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작가와 PD의 영역은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대웅 한국방송작가협회 예능작가회장은 “요즘은 작가도 촬영 현장에 나간다. 과거엔 작가가 계주의 첫 주자와 같은 존재였지만 이제 출연자와 PD, 작가가 함께 발을 묶고 뛰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스타 작가는 공중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여러 개의 프로를 맡는다. 임동호 한국방송작가협회 사무국장은 “협회에 등록된 예능 작가 500명 가운데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는 100명 안팎”이라며 “작가가 프로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스타 작가에 대한 선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능 작가들의 수입은 어떨까. 대부분 프리랜서인 작가의 처우는 그 능력과 경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1년 차 내외 막내 작가는 프로그램 하나를 할 경우 주당 약 30만 원을 받고, 경력이 10년 차 이상인 메인급 작가는 주당 100만∼2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능 프로가 해외에 수출되는 사례가 늘면서 아이디어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는 작가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 관계자는 “예능 작가는 드라마 작가보다 수당이 적지만 일부는 드라마 작가 못잖은 대우를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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