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 18일’은 제목만으로도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는 책입니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은 광주. 33년 전, 그러니까 1980년 5월 18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지는 한 아이의 일기입니다. 오늘 날짜 5월 25일 주인공의 일기는 이렇습니다.
‘누나를 찾아 아빠를 따라간 곳에서 총에 맞아 죽은 사람들의 관을 보았다. 아저씨, 아줌마, 대학생과 고등학생 형들…. 무서운 관만 가득하고 누나는 어디에도 없다.’
주인공이 아이인 채로 겪었거나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 즈음의 하루하루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고 알 수 없는 일들뿐이었겠지요.
5월 19일. 학교가 일찍 끝나 마냥 즐겁기만 한 아이들은 군인들과 장갑차 행렬에 신이 납니다. 장난감 총을 좋아하던 아이는 진짜 총을 든 군인들이 멋져 보이고 부럽습니다. 누나가 만들어준 나무총을 들고 무표정한 군인들을 바라보는 아이의 얼굴은 천진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요란해지는 총소리와 대포소리는 더이상 재미나는 놀이가 아니라는 것을 아이도 알아차리게 되지요. 많은 사람이 죽고, 누나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아이는 결국 총을 버립니다.
작가 서진선은 당시 광주에 있었습니다. 전남대 사대부고 3학년이었던 그 역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모르는 채 그 시간들을 보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작가는 다른 이들이 쓴 글에 즐겁고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면서도 내내 풀어지지 않는 응어리를 안고 삽니다. 그곳 광주에 살았던 사람들만 그랬을까요? 이후 우리 모두에게 5월만큼 잔혹하고 아픈 달은 없었습니다.
초록이 짙어지고 꽃들이 화려할수록 광주는 아픈 흉터로, 빚으로, 소원으로 우리를 가만히 주저앉힙니다. 많은 책이 그날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너무 무겁거나 어려웠어요. 이 책은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장난감 총에서 출발합니다. 다른 친구의 일기장을 읽어보는 느낌도 새롭습니다. 담담히 눌러 그린 그림에서 작은 한탄이 들립니다.
같은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권합니다. 5월이 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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