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서 바보연기 도전 김수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9일 03시 00분


“망가질 땐 확실히”

김수현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작은 사진)에서 동네 바보로 위장한 북한 남파 공작원으로 나온다. 이번 영화에서 넘어지고 구르는 몸 개그에 도전한 그는 “원작의 캐릭터를 100% 살리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수현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작은 사진)에서 동네 바보로 위장한 북한 남파 공작원으로 나온다. 이번 영화에서 넘어지고 구르는 몸 개그에 도전한 그는 “원작의 캐릭터를 100% 살리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사람들이 보기 편한 바보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옆에 있으면 부담스럽고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동네에 진짜로 살고 있어서 너무 편한 그런 동네 바보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훈훈한 왕을 연기했던 배우 김수현(25)이 이번엔 동네 바보가 되어 돌아왔다. 그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6월 5일 개봉)에서 바보 ‘방동구’로 위장해 남한의 동태를 살피는 북한의 남파 공작원 원류환으로 나온다. 이번 영화에서 첫 주연, 첫 액션, 첫 바보 연기에 도전한 그를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카페에 들어서자 인사성 밝기로 유명한 그의 허리가 90도로 꺾였다. 영화 속 동네 바보 방동구는 사라지고 배우 김수현이 중저음의 목소리로 유쾌하게 웃으며 기자를 반겼다.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류승룡 씨가 바보 연기를 굉장히 잘해서 처음엔 부담이 됐어요. ‘난 뭐든 처음해 보는 도전자니까’ 하는 마음으로 자기 최면을 걸고 편하게 했죠.”

27일 시사회를 가진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북한의 당 최고위층도 모르는 최정예 부대 ‘5446’ 출신 3인방 꽃미남 공작원이 남한에 내려와 겪는 갈등을 그린 영화다. 김수현은 5446부대 최고의 엘리트지만, 서울 달동네 구멍가게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바보 방동구로 위장한다.

그런데 망가져도 너무 망가진다. 그는 바보의 상징인 ‘인중 위 콧물자국’을 만들기 위해 휴지로 코를 후벼 콧물을 빼내고,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에서 대변을 본 뒤 그 자리에 주저앉기도 한다. 이 장면에서 ‘큰 일’을 보기 전 다급함에 몸부림치는 동작 하나하나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고. 드라마 ‘해품달’에서 상대역인 한가인에게 “그만 쳐다 보거라. 한 나라의 왕이 이 정도 생기기 쉬운 줄 아느냐”고 말하던 ‘자뻑 캐릭터’는 어디 간 걸까.

영화에서 바보 연기만큼이나 충격을 안겨준 건 방동구가 사시사철 입고 나오는 초록색 트레이닝복 안에 숨겨둔 초콜릿 복근이다. 최고 엘리트 간첩처럼 보이기 위해 김수현은 혹독하게 몸을 만들었다. 영화 ‘올드보이’의 유지태처럼 한 손으로 땅을 짚고 하체를 하늘로 들어올리는 ‘메뚜기’ 요가 자세는 그런 노력의 산물이다. “두 달 가까이 소금을 거의 안 먹었어요. 진짜 독하게 운동했는데 메뚜기 자세는 힘들더라고요. 촬영할 때 와이어의 힘을 약간 빌리긴 했어요. 아주 약간.”

혈 자리를 공격해 상대방을 단숨에 제압하는 ‘초살무’ 8단인 원류환의 액션은 영화 ‘아저씨’의 박정률 무술감독에게서 배웠다. 무술 연습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쫘!” “=!” “핫!” 하며 어린아이처럼 들뜬 목소리를 냈다. “액션 연기가 사실상 처음인데, 무술감독님만 믿고 따라갔더니 되더라고요.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무술 흉내 내면서 놀던 게 몸에 배어 있나 봐요. 재미있고 신났어요.”

중앙대 연극학과 2학년인 그는 얼마 전까지 중간고사 시험공부를 했다. 연기란 고된 일일까. 그는 “강의실에만 들어가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오른다. 학교에만 가면 ‘힐링’ 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도전’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써가며 의욕을 보였다. 영화 촬영 내내 원작 웹툰을 외워버릴 만큼 보고 또 보며 정지된 컷을 어떻게 실제 상황으로 재연할까 연구했다고 한다.

“지난해엔 왕이었다가(‘해품달’), 막내 도둑도 했고(영화 ‘도둑들’), 이제는 동네 바보까지 된 거잖아요. 앞으로 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할 겁니다. 사람들이 영화 내용을 몰라도 ‘김수현 나온 영화야? 그럼 재미있겠네’ 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은밀하게 위대하게#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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