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이민 1세대 삶 담긴 자료 1000점 전수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함태영 부통령 6촌 함호용家 기록
국외소재문화재재단 1차결과 발표

하와이 이민 1세대인 함호용 씨 가족과 함태영 전 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 왼쪽부터 함호용 씨의 부인 최해나, 함전 부통령, 함호용, 장녀 함순이, 함순이의 장녀이자 자료 기증자인 줄리엣 오 씨.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하와이 이민 1세대인 함호용 씨 가족과 함태영 전 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 왼쪽부터 함호용 씨의 부인 최해나, 함전 부통령, 함호용, 장녀 함순이, 함순이의 장녀이자 자료 기증자인 줄리엣 오 씨.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배에서 열흘 동안 물만 먹고 삼가루 조금 타 가지고 먹고 호놀룰루 오니까 머리가 흔들흔들….”

1905년 미국으로 이민 간 함호용 씨(1868∼1954)의 부인 최해나 씨(1882∼1979)가 생전에 남긴 증언이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하와이 이민 1세대의 삶을 증언하는 미국 소장 자료 1000여 점을 전수 조사해 최근 1차 결과를 발표했다.

함 씨 일가의 자료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도서관 소장품으로 일기를 포함한 원고 105점, 복식류 63점, 공예품 36점, 서적류 269점, 편지류 291통 등이다. 함 씨의 외손녀 줄리엣 오 씨가 2006년 모교인 UCLA에 기증한 것이다.

함태영 제3대 부통령(1873∼1964)과 강릉 함씨 6촌인 함호용 씨는 1905년 호놀룰루에 도착해 사탕수수 가공회사에서 일하며 목회자로도 활동했다. 그는 일터에서 이름이 아닌 등록번호 ‘381’로 불리며 일당으로 1.5달러 정도를 벌었다. 우유를 먹지 못할 정도로 생활은 어려웠지만 수차례 애국공채를 매입했던 기록이 남아 있다. 또 한인여학교 기부금을 내면서 대한독립운동과 미주한인의 교육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함 씨 가족은 1930년경부터 함 부통령 일가와 편지로 교류하기 시작했는데 200여 통의 국문과 영문 편지는 이승만 정부 시절 한국의 정치·경제사 연구 사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사랑하시는 宗氏(종씨) 호용선생 전에 올림’으로 시작하는 1948년 3월 함 부통령의 편지에는 미국의 간섭을 받는 당시 상황이 담겨 있다. 함 씨의 둘째 아들 노마 씨가 6·25전쟁에 참전했다 실종된 이야기, 하와이 이민 50주년인 1953년 함 부통령의 하와이 방문 내용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번 자료 조사에 참여한 연세대 부설 이승만연구소 오영섭 연구교수는 “조사 대상 서적에는 청년 계몽을 위해 만들어진 ‘청년필지’(1907년), 윤산온 박사가 창간한 아동잡지 ‘아이동무’(1934년) 같은 희귀본도 포함돼 있다”고 평가했다. 재단은 12월경 종합조사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하와이#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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