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미스가 할리우드 스타 자리를 아들에게 상속한 걸까? 적어도 영화 ‘애프터 어스’(30일 개봉)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이 영화에 윌 스미스는 아들 제이든 스미스과 함께 출연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제이든이다.
서기 3072년 한 우주선이 이름 모를 행성에 불시착한다. 생존자는 두 사람, 사이퍼 레이지(윌 스미스)와 어린 아들 키타이 레이지(제이든 스미스)뿐이다. 사이퍼는 그가 사는 행성의 장군이다. 행성의 인류를 괴롭히는 괴물 얼샤를 물리치는 데 공헌한 인물. 반면 키타이는 유약하기만 하다. 군인 시험에도 번번이 떨어졌다.
우주선이 떨어진 곳은 바로 지구. 인류는 환경오염 탓에 지구를 떠난 지 1000년이 넘었다. 지구의 주인은 온갖 기괴한 생물들이다.
사이퍼는 조난 신호기를 찾지만 한쪽 다리를 다쳐 움직일 수 없다. 100km 떨어진 곳에 추락한 우주선 후미에서 신호기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은 키타이뿐. 키타이는 험난한 지구의 환경을 헤치고 신호기를 찾아 떠난다.
키타이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사람만 한 덩치의 살인 원숭이 떼와 집채만 한 독수리. 주먹만 한 거머리에 물려 온몸에 독이 퍼지기도 한다. 아버지는 아들과 통신하며 “상황을 주시하라. 냉정함을 잃지 말라”고 말해줄 수 있을 뿐이다.
여느 블록버스터와는 달리 영화는 대규모 영상보다 드라마에 집중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영화의 주제다. 아버지는 소심한 ‘장군의 아들’에게 용기를 강조하며 상황을 헤쳐가게 한다. 목표 달성에 충실한, 엄격한 아버지상이 그려진다. 민주적 부자관계가 더 점수를 받는 요즘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볼거리도 있다. 키타이의 옷은 첨단 그 자체다. 소맷자락은 통신기이며, 몸 안에 독소가 스미면 색깔이 바뀌어 위험을 알려준다. 하늘을 날 수도 있다. 우주선은 마치 고래 배 속을 보는 듯하다. 디지털의 느낌을 강조했던 기존 공상과학(SF)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날로그의 느낌이 신선하다.
‘식스 센스’ ‘샤인’ 같은 미스터리 스릴러를 연출한 인도 출신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연출.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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