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년 동안 서양이 세계를 지배해 오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미국 스탠퍼드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그 이후엔 어떻게 될 것인가? 예측불가능성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서양은 18세기 산업혁명을 통해 전 시대의 모든 문명과 제국이 넘어서지 못한 성장의 한계지점을 돌파함으로써 세계를 제패했다. 이 같은 서양의 성공이 역사의 필연인지, 우연인지를 따지는 여러 연구가 있다. 전자라면 서양의 패권은 운명이고, 후자라면 ‘리오리엔트(reorient)’라는 역전이 가능하다.
저자는 이 둘을 종합하는 역사의 통일장 이론을 제시한다. 그는 생물학, 사회학, 지리학이라는 세 가지 도구로 사회 발전의 패턴을 분석한다.
생물학은 왜 인류가 사회를 발전시켰는지를 설명한다. 답은 에너지다. 인류는 지구상 어떤 생명체보다도 주변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잘 얻고 그걸 이용할 줄 안다. 사회학은 인류가 어떻게 사회를 발전시켰는지 해명한다. 저자는 역사의 원동력을 이렇게 요약한다. “변화는 일을 하는 데 더 쉽고, 더 이득이 많고, 더 안전한 길을 찾는, 게으르고 탐욕스럽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에 의해 야기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거의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들이 왜 하필 서양인들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모든 시공간의 인류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사항을 말하는 생물학과 사회학은 그 답을 주지 못한다. 차이는 지리적 요인에서 발생했다.
거리상으로, 그리고 무역풍이라는 천연 엔진을 달았던 유럽인이 중국인보다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앞서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함으로써 동서양의 ‘거대한 분기’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저해하는 반작용이 생겨나는 ‘발전의 역설’과 한때 중요하지 않았던 지역들이 미진했던 부분에서 오히려 유리한 요소를 찾아내는 ‘후진성의 이점’이 역사를 반전시킬 수 있다.
저자가 환산한 사회발전지수에 따라 중국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되는 2103년경에는 인류에게 두 가지 갈림길이 놓일 것이다. 인류는 또다시 성장의 마의 벽을 뚫고 컴퓨터와 융합된 ‘포스트휴먼’ 시대가 오는 ‘특이점’에 도달할 것인가, 아니면 문명의 해질녘에 이르게 될 것인가?
저자는 인류를 구할 ‘터미네이터’는 역사가라고 주장한다. 역사가만이 사회 발전의 거대한 서사를 모을 수 있고, 역사가만이 인류를 동양과 서양으로 나누는 차이점을 설명하고, 그런 차이가 우리 스스로 파괴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학이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생물학, 사회학, 지리학 등 모든 학문을 통섭해야 한다. 저자는 과거학이 아닌 미래학으로의 역사학 변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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