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주최 콘서트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5일 03시 00분


‘9와 숫자들’ ‘판타스틱 드럭스토어’ 등 직접 출연진 정해 기획-제작까지
“두터운 인맥-명분 있어 섭외 수월”… 좋아하는 팀 소개해 ‘팬덤 공유’ 효과

‘봄꽃 음악제전’을 주최한 모던 록 밴드 ‘9와 숫자들’. 파고뮤직 제공
‘봄꽃 음악제전’을 주최한 모던 록 밴드 ‘9와 숫자들’. 파고뮤직 제공
올해 4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복합문화공간 무대륙에서는 ‘9와 숫자들의 봄꽃 음악제전’이란 생소한 이름의 음악 축제가 열렸다. 록 밴드 ‘9와 숫자들’이 주최한 축제였다.

멤버들이 직접 출연진을 정해 섭외하며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했다. ‘소규모 아카시아밴드’ ‘얄개들’ ‘눈뜨고 코베인’ ‘줄리아 하트’ 같은 실력파 뮤지션이 17팀이나 모였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지난달, 미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텔레비전’과 함께 공연했다. 멤버들이 직접 기획해 해외 뮤지션을 초빙하는 ‘얼굴들과 손님들’ 시리즈의 첫 회였다.

뮤지션이 뮤지션을 모으고 기획하는 ‘큐레이터’ 역할을 한 셈이다. 이런 아티스트 큐레이팅 공연이 늘고 있다. 록 밴드 ‘판타스틱 드럭스토어’는 1집 발매를 기념해 이번 달 매주 금요일에 연속 공연 ‘판타스틱 먼스’를 연다. ‘장미여관’ ‘김바다’ ‘로큰롤 라디오’ ‘구텐버즈’ ‘아시안체어샷’ ‘이스턴 사이드킥’ 같은 실력파 밴드가 20팀 넘게 참여한다.

신인이 주최한 것치고는 판이 크다. 서로의 공연에 품앗이 출연을 하는 대신 출연료는 교통비 수준으로 줄였다. 제작비가 적으니 입장료도 저렴하다. 4만4000원만 내면 네 차례 공연을 다 볼 수 있다. 1일 관람권은 2만 원. 1544-1555

‘판타스틱 먼스’의 포스터. 디 오션 뮤직 제공
‘판타스틱 먼스’의 포스터. 디 오션 뮤직 제공
‘판타스틱 드럭스토어’의 소속사 디 오션 뮤직의 전필규 대표는 “회사가 개입하면 금전과 계약이 결부돼 복잡해지지만 뮤지션이 나서면 두터운 인맥과 명분이 있어 섭외가 더 수월하다”고 했다. ‘9와 숫자들’의 공연을 도운 파고뮤직의 손관호 대표는 “이런 공연을 기획하는 팀은 대개 팬덤이 확실하다. 아티스트가 좋아하는 팀을 관객에게 소개해 취향을 공유하는 의미도 있어 충성도 높은 팬들에게 인기가 좋다. 가을에도 비슷한 콘서트를 준비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런 음악인 주도 공연은 정례화되기도 한다. 펑크 록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는 지난해 7월 출범한 ‘몬스터즈락쇼’를 지난달까지 5회에 걸쳐 열었다. 다양한 음악인을 초대한다. 리더 이용원은 “친분이 있어 섭외가 가능했다”고 했다. 2월 공연에는 가수 이승환도 출연했다. 이승환도 3월 ‘옐로우 몬스터즈’ ‘갤럭시 익스프레스’ 같은 인디 밴드를 초대해 ‘이승환과 아우들’이란 공연을 열었다.

2005년부터 열린 ‘크라잉넛쇼’는 일종의 브랜드가 됐다. 밴드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 한경록은 “매회 다른 콘셉트를 갖고 연다. 옛 가요를 리메이크하거나 직접 만든 단편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면서 “섭외, 기획, 연출 모두를 밴드 멤버들이 하다 보니 더 독특하고 재밌는 공연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뮤지션#음악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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