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X파일의 X파일]‘나쁜 뷔페’ 취재 PD의 슬픈 깨달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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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기 어렵지 않네… 나쁜 식당 차리려는 나쁜 맘 먹는다면ㅠㅠ”‘

“아이나 임신부 손님이 안 좋은 음식을 먹고 있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할 때가 제일 마음이 아프죠.”

‘먹거리 X파일’ 제작팀의 구장현 PD는 미혼이다. 누나가 셋에 조카가 다섯이라고 했다. “막내 누나도 아이를 가지려고 하고, 저도 아이를 아주 좋아해요. 아이의 입에 나쁜 음식이 들어가는 걸 취재해야 하는 심정은, 아프리카 난민 어린이를 쪼는 새를 쫓는 대신에 당장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 기자의 마음 같다고 할까요.”

구 PD는 최근 방영된 ‘뷔페 편’을 취재했다. 유통기한 지난 재료를 쓰고 남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나쁜 뷔페’를 찾았다. 원래 결혼식 피로연 메뉴로 뷔페보다 푸짐한 갈비탕 한 그릇이 낫다는 그의 생각은 그 뷔페를 취재한 뒤 더 굳어졌다. 여러 음식이 들고나는 뷔페는 ‘나쁜 먹거리 백화점’ 같았다.

다각도로 벌인 취재는 힘들었지만 역동적으로 진행됐다. 유통기한이 길게는 1년이나 지난 햄과 어묵을 쓰고 편육에 소주를 뿌려 부패를 감추는 행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비 오는 날이면 조리실에 개가 들어와 머물렀고 조리 담당자가 그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목격했다.

“종업원 중에도 자기 식당 음식을 안 먹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들은 집에서 직접 싸온 김치와 김, 물만 먹었죠. ‘알면 못 먹는다’면서. 깜짝 놀랐죠.”

유통기한 지난 어묵과 햄이 쌓여 있는 창고 안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이 입 밖으로 새나왔다. “여기 도대체 뭐 하는 데야?”

‘그 식당’은 ‘뷔페 편’ 방영 며칠 전, 제작진 쪽에 방영 금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서를 보내왔다. 꼼꼼하게 취재해 방대한 자료와 증거를 확보한 제작진은 굴하지 않았다. 도리어 일부 뷔페에서 벌이는 ‘어두운’ 행태를 검찰에도 알렸다.

검은 뿔테 안경 덕에 얼굴이 더 하얘 보이는 구 PD는 어쩐지 여린 감성의 소유자일 것 같았다. 그는 “카메라만 들면 이상하게도 두려움이 없어진다”고 했다. “촬영 카메라가 있으면…. 악덕 식당 관계자에게 ‘왜 그러셨나요?’ 하고 따져 물을 때 평소의 저와는 다른 사람이 되죠.”

그는 첫 방송부터 1년 반째 ‘먹거리 X파일’을 지키고 있다. “왜 그쪽(식당)이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쓰느냐. 이유는 하나예요. 싸니까. 정상적인 제품의 30% 가격으로 식자재를 마련할 수 있으니까요.”

구 PD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마지막으로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이 팀에 1년 반 정도 있으니까 PD 그만둬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방송에 나오는 건 일부예요. ‘저렴하거나 공짜나 다름없는 재료로도 이렇게 그럴듯하게 음식을 만들어 돈을 벌 수 있구나.’ 나쁜 사업 아이템이 많이 생겼어요. 물론 그들처럼 나쁜 식당을 차릴 나쁜 맘만 먹는다면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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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뷔페#나쁜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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