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리던 꼬마 성호는 거실 한가운데서 커다란 북극곰과 마주칩니다. TV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바로 그 곰! 졸린 눈을 비비던 성호는 어느새 하얀 눈이 날리는 얼음 나라에서 북극곰과 단둘이 마주하게 됩니다.
곰은 새로 사귄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성호를 초대합니다. 성호와 북극곰이 어두컴컴한 동굴을 지나가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길고 긴 동굴을 지나면 어떤 세상과 마주하게 될까요. 환한 빛과 꽃향기가 가득한 푸른 낙원에서 낯선 동물들이 이들을 반겨줍니다.
호랑이 줄무늬를 가진 늑대는 성호를 꼭 안아줬고, 바위 같은 다리를 자랑하는 새는 성호를 태우고 신나게 달렸지요. 돼지발을 신은 왕쥐들은 성호와 물장난을 쳤습니다. 집채만 한 물개를 따라 첨벙 물에 뛰어들고 제비들과 하늘을 나는 꼬마를 커다란 하얀 손이 잡아당깁니다. 집에 갈 시간이라고요. 북극곰의 포근한 등에서 엄마의 따스한 손길이 느껴집니다.
그림에 숨은 뜻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사람의 공간에서 옷이나 소파, 쿠션은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인공적인 패턴으로 채워져 자연스러운 곡선이 주를 이루는 동물의 공간과 대조됩니다.
성호가 만난 친구들이 태즈메이니아늑대, 돼지발반디쿠트, 스텔러바다소 같은 멸종 위기 동물이라는 것을 맨 마지막 장에서 살짝 알려줍니다. 이 책은 ‘풍부한 색채와 따뜻한 캐릭터들, 뛰어난 디자인 감각’이라는 평을 받으며 제2회 앤서니 브라운 신인 작가 그림책 공모전에 당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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