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뉴트롤스가 그 뉴트롤스가 아니라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9일 03시 00분


밴드 해체로 상표권 멤버 각자에 분산… 옛 리더 데스칼치 “우리가 정통” 항의
슈퍼소닉 측 이름앞에 ‘일 미토’ 추가

이탈리아 록 밴드 ‘일 미토 뉴트롤스’. 리더인 리키 벨로니(오른쪽)는 ‘뉴트롤스’ 상표권의 4분의 1을 갖고 있다. 일 미토 뉴트롤스 홈페이지
이탈리아 록 밴드 ‘일 미토 뉴트롤스’. 리더인 리키 벨로니(오른쪽)는 ‘뉴트롤스’ 상표권의 4분의 1을 갖고 있다. 일 미토 뉴트롤스 홈페이지
8월 서울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슈퍼소닉’은 최근 해외 출연진 이름 하나를 수정했다.

이탈리아 록 밴드 ‘뉴트롤스(New Trolls)’의 이름 위에 작은 글씨로 ‘일 미토(Il Mito·신화)’라는 단어를 추가한 것. 이번에 내한하는 ‘일 미토 뉴트롤스’는 2007년과 2009년 내한했던 뉴트롤스와 다른 팀이다.

앞서 방한한 뉴트롤스는 원년 멤버이자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서정적인 곡 ‘아다지오’가 담긴 음반 ‘콘체르토 그로소’의 작곡자 겸 가창자인 비토리오 데스칼치(사진)가 이끄는 밴드다. 그러나 데스칼치의 뉴트롤스도 법적으로는 ‘뉴트롤스’란 이름을 쓰지 못한다. 이들은 ‘라 스토리아 데이 뉴트롤스(La Storia dei New Trolls·뉴트롤스의 역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탈리아 제노바에 머무는 데스칼치는 15일 기자와 국제전화 통화를 자청했다. 그는 “‘일 미토…’의 활동은 자유지만 우리가 정통 뉴트롤스”라고 주장했다. “1998년 뉴트롤스가 해체되면서 팀명을 두고 법정다툼이 시작됐죠. 저를 비롯한 멤버 넷이 뉴트롤스의 상표권을 나눠 갖게 됐어요.” 이후 넷은 한 팀으로 뭉치지 않았고 뉴트롤스도 존재할 수 없게 됐다. 뉴트롤스는 데스칼치가 이끄는 ‘라 스토리아 데이 뉴트롤스’와 니코 디팔로(기타)가 결성한 ‘일 미토 뉴트롤스’로 양분됐다. ‘라 스토리아…’는 디팔로를 영입해 ‘라 레젠다(La Leggenda·전설) 데이 뉴트롤스’란 이름으로 앨범을 내기도 했다.

8월에 내한하는 ‘일 미토 뉴트롤스’에는 뉴트롤스 상표권의 4분의 1을 보유한 리키 벨로니(보컬·기타)가 속해 있다. 디팔로는 ‘라 스토리아…’에서 활동 중이다. 또 다른 4분의 1을 지닌 지아니 벨레노(드럼)는 ‘일 쿠오레(Il Cuore·심장) 데이 뉴트롤스’에 이어 ‘우티(UT) 뉴트롤스’를 결성해 이끌고 있다.

1982년 뉴트롤스를 한국에 처음 소개한 성시완 음악평론가는 “뉴트롤스는 역사상 계보가 가장 복잡한 밴드 중 하나”라며 “데스칼치가 이끄는 밴드가 훨씬 정통성 있지만 베테랑 음악인들로 결성된 ‘일 미토…’도 연주력이 크게 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소닉 측은 “뉴트롤스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현악 15중주와 함께 ‘아다지오’ 등 주옥같은 히트곡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데스칼치는 최근 이탈리아 법정에서 나온 새로운 판결 내용도 소개했다. “뉴트롤스 앞에 붙는 수식어의 글씨 크기는 뉴트롤스의 50% 이상이 돼야 합니다. ‘일 미토…’는 제게 저작권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우리 명곡을 연주해도 상관없어요. 제가 ‘예스터데이’(비틀스)를 연주해도 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근데, ‘일 미토’라는 글자가 한국에서 그만큼 크게 쓰여 있나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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