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가 이 등급을 받은 게 불쏘시개가 됐다. 지난해 한국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탄 김 감독의 영화를 원래대로 볼 수 없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관객들도 이 제도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등급의 부여는 사실상 ‘상영불가’를 의미한다. 국내에는 이 등급을 받은 영화의 전용상영관이 없기 때문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결정에 반발하던 김 감독은 한 발 물러섰다. 그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영등위 지적에 따라 (문제가 된) 21컷을 삭제 또는 수정해 재심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수정본에서는 1분 40초가량의 영상이 빠졌다. 그는 “극장에서 개봉하기만을 피가 마르게 기다리는, 저를 믿고 연기한 배우들과 스태프의 마음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수긍하면서도 ‘김 감독이 좀 더 싸워주길 바랐는데…’라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한 감독은 “김 감독 같은 거물이 해묵은 제한상영가 등급 논란을 이참에 끝내주길 바랐다”고 했다. 앞서 영화감독조합은 17일 성명을 내고 “영등위는 ‘뫼비우스’에 대한 제한상영가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기자로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제한상영가 등급에 관한 영화계와 영등위의 갈등이 비등점에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야 오랜 논쟁을 끝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 등급의 영화가 나올 때마다 영화계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반발했고, 영등위는 “건전한 사회통념을 보호해야 한다”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그러는 사이 서로에 대한 불신만 쌓여 논란만 있었을 뿐 논쟁은 없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재판부가 문제 삼은 것은 판정 기준의 모호함이지 등급제도 자체는 아니었다. 이번에 등급제도 자체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원론적인 논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황철민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르네상스를 맞은 한국영화가 자칫 제한상영가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창작 의욕이 꺾일까 봐 걱정이다. 정부가 나서 제한상영가 제도에 대한 공청회 등을 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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