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5인의 설레는 ‘南極夢’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9일 03시 00분


만화가-영화감독-소설가-뮤지션, 올겨울 4주 세종기지 체류단에 선정
각자 활동성과 모아 공동작품 계획… “아무나 갈수 없는 곳이기에 끌린다”

남극 세종기지 전경. 동아일보DB
남극 세종기지 전경. 동아일보DB
서울에서 1만7000여 km 떨어진 빙하의 나라.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추위와 블리자드(눈보라)가 생명을 위협하는 곳. 지구의 최남단에 위치한 남극이다. 과학자들의 연구 전초기지로 알려져 있던 이 미지의 세계에 한국 예술가들이 발을 내딛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극지연구소가 후원하는 ‘극지 노마딕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올겨울 남극 세종기지에서 머물며 활동을 펼칠 예술가 5명을 최근 선정했다. 이 프로그램은 격년으로 시행되는데 이번이 2회째다. 올해엔 ‘이끼’ ‘미생’의 웹툰작가 윤태호(44), 소설 ‘생강’ ‘잘 가라 서커스’의 작가 천운영(42), 영화 ‘해피 엔드’ ‘은교’의 정지우 감독(45), 싱어송라이터 이이언(38), 일러스트레이터 이강훈 씨(40)가 한 팀을 이뤄 남극행에 나선다. 이들은 12월 초 4주 일정으로 떠난다.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어떻게 ‘남극원정대’를 꾸렸을까.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자로 나선 천운영을 통해 들어본 의기투합 과정은 이렇다.

천운영과 윤태호 작가, 정지우 감독은 2009, 2010년 KT&G 상상마당에서 마련한 ‘스토리텔링학교’에 각각 강사로 참여했다가 친해졌다. 2010년 9월 이들은 알래스카로 여행을 갔고, 영롱한 오로라를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올해 초 ‘극지 노마딕 레지던스’ 신청 공고가 뜨자 이들은 의기투합했다.

“그래 남극 한번 가보자. 남극에서 (우리들이) 모이면 뭔가 하나 만들 수 있지 않겠어?”

이들은 ‘알던 동생’ 이이언을 끌어들었고, 이이언은 다시 지인인 이강훈을 추천해 팀을 꾸렸다. 대체 이들은 왜 이런 ‘사서 고생’을 반긴 것일까.

“일단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라는 게 가장 큰 매력이죠. 어쨌건 지구에 살면서 한번쯤 가봐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얼음이랄지 추위도 경험하고 싶고요.”(윤태호)

“남극,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만 봤잖아요. 실제 가보지 않으면 제대로 모르는 거죠. 특히 남극이 풍기는 무국적인 공간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듣기로는 빙하로 팥빙수 해먹는다는데 한번 먹어봐야죠. 호호”(천운영)

이들은 프로그램 신청서에 이렇게 적었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영원한 고향도 될 수 없는 절대적인 공간, 남극이 갖는 일상성은 절대적으로 비일상적이다… 각기 다른 영역의 예술가들이 모여서 서로의 작업을 지켜보고 주고받고 거리를 좁혀나가다 보면 하나의 쇼크를 경험하게 되리라. 그 쇼크에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남극에 머무는 동안 천 작가는 산문을, 윤 작가는 새 남극 관련 웹툰 취재를, 정 감독은 영상 촬영을, 이이언은 음악작업을, 이강훈은 드로잉작업을 각각 진행한다. 하지만 이들은 함께 모여 하나의 ‘미디어 아트’ 작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이언은 “남극에 있는 위성 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서울로 보내고, 이를 다시 남극으로 전송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송 속도의 지연이나 결손 부분을 기록해서 이를 소리나 그림으로 변환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언제부턴가 오지, 그중에서도 추운 곳이 흥미로운 것 같았어요. 일상적이지 않은 환경에 들어가면 제 마음속부터 변하는 것 같아서요. 남극에서 할 새로운 작업이 벌써 기대됩니다.”(정 감독)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예술가#남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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