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철학으로 비춰본 한국인, 한국사회’ 부제만 읽어도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이 책, 한국사회를 분석해 놓은 뻔한 책들보다는 새롭다.
저자는 월간 신동아에 ‘크로스 인문학’이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원고에 니체 철학을 입혀 이 책을 완성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40여 년 읽었다는 그는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니체의 동물에 대한 형이상학적 사유와 엮어 서술했다. 그래서 장마다 한국인의 마음과 욕망이 니체가 묘사했던 동물의 특징과 하나씩 연결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사회는 문명에서 야만으로 퇴행하는 ‘동물원’이다. 우선 한국사회를 병들게 한 11개의 부정적 징후들을 선별하고, 각각 동물로 비유했다. 아버지가 사라져 버린 현대사회에는 낙타를, 행복강박증이 불러오는 불행에는 사자를, 학벌주의에 병든 사회에는 원숭이를 투사시켰다. 무기력하기만 한 오늘날 아버지의 모습은 무거운 짐을 그저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낙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현대사회의 모습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국민의 복종을 이끌어 내는 국가와 세속화된 교회를 ‘차라투스트라는…’ 속 인간을 기만하는 불개에 비유하며 포퓰리즘과 교회의 배금주의에 경고한다. 막말을 서슴지 않은 인간 군상은 독거미 타란툴라에 비유한다. 특히 지난해 총선에 출마했던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씨 사례를 들어 차라투스트라가 타란툴라의 언변에 조심하라고 경고한 것처럼 막말자의 설교에 대해 “정신박약, 정신적 공황, 인격장애가 의심된다”고 일침을 가한다.
이 책은 니체의 동물 철학을 거울로 삼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권유한다. 한국사회를 니체의 동물 철학에 빗댄 것은 참신하다. 그러나 한국사회에 대한 분석과 니체라는 두 키워드가 완벽하게 결합하지 못해 때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한다. 문체가 담담하기보다는 격정적이라 거슬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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