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려령(42)이 변신을 시도했다. 최근 펴낸 장편소설 ‘너를 봤어’(창비)에선 살인과 폭력, 화끈한 애정행각이 책장 가득 이어진다.
그가 누군가. 등단한 해인 2007년 ‘완득이’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기억을 가져온 아이’로 마해송문학상을 휩쓴 아동·청소년 문학의 기대주다. 작가는 지난해 출간한 ‘가시고백’까지 주로 아동, 청소년의 성장기를 풋풋하게 그려왔다. 왜 ‘성인물’로 방향을 바꿨을까.
25일 서울 정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만난 작가는 정작 덤덤했다. “원래 전공이 (일반)소설(서울예대 문예창작과)이었어요. 동화는 졸업할 무렵 가장 마지막에 찾아온 장르죠. 하지만 동화나 청소년 소설로 먼저 데뷔하게 됐고, 그 독자들에게 믿음을 주고 싶었어요. 한 권 쓰고 말 사람은 아니란 것을 얘기하고 싶어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계속 써왔죠.”
‘너를 봤어’는 어릴 적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한 중견 소설가가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멸로 일그러지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린 작품. 특히 소설가가 주연과 조연으로 등장하며 출판사 사장도 나온다. 그럼 자전적 소설?
“제 얘기가 물론 어느 정도 들어가 있겠죠. 하지만 가정폭력 부분은 아니에요. 초고는 2006, 2007년쯤 썼는데 지난해 다시 털고 새로 썼죠. 원래는 건축가들 얘기였는데 작가들 얘기로 바꿨어요. 이렇게 특이한 집단(문단)은 처음 봤거든요.”
작가는 세세한 얘기를 하진 않았지만 등단 뒤 문단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했다. 주변의 말에 상처도 받고, 반대로 용기도 얻었다고. 청소년 문학을 일반 문학보다 하위에 두는 일부 시선에는 어떻게 생각할까.
“글쎄요. 청소년 문학이 일반 문학보다 작품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작품성이 떨어지는 일반 문학도 많잖아요. 어떤 장르든 문학성이 좋으면 좋은 작품 아닐까요.”
AB형에, 왼손잡이라서 집에서도 “이상한 애가 나왔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는 작가는 이번 작품으로 숨겨둔 발톱을 꺼낸 듯했다. 작가는 “당분간 일반 소설 집필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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