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논문에 서울의 노점상에서 팔리는 ‘키높이 깔창’ 사진이 실렸다. 한국의 전통적 유교문화에서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몸을 인위적으로 변형하는 것을 금기시했고, 큰 키가 이상적으로 여겨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세계 최대 성형대국이며 키높이 깔창과 킬힐이 일반화됐다. 한국을 찾은 많은 외국인이 의아해하는 대목이다.
다니엘 종 스베켄디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38·경제역사학)는 자신의 논문 ‘한국인의 몸의 재구성-이상적 몸에 대한 유교적 관념의 변화’에서 “1970년대 군사독재 시절까지 장발 단속 등으로 몸의 변형이 금지됐으나 1990년대부터 광고와 미디어, 성형산업이 성장하면서 한국인은 서구적으로 이상화된 몸의 기준에 맞춰 자신의 몸을 변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계 독일인인 스베켄디크 교수의 눈에는 평균 신장이 172cm인 한국 남성들이 180cm를 동경하며 키높이 깔창을 신고 다니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스베켄디크 교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독일로 입양됐고, 독일 튀빙겐대에서 경제역사학으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원을 거쳐 2011년부터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세부전공인 남북한의 경제사회사는 물론이고 남북한의 인체측정학과 인구학 역사,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인체측정학의 역사, 독일과 미국에서의 한국인 이민과 입양의 역사 등 다방면을 왕성하게 연구하고 있다. 주로 통계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정량적 연구다.
2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만난 스베켄디크 교수는 “제가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자연스럽게 한국경제사를 전공으로 택했고, 연구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에 정착해 학자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 읽기와 쓰기, 듣기는 자유롭지만 말은 유창하지 않다. 이날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했다.
스베켄디크 교수는 1990년대 북한의 기근이 어린이들의 신체 발육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논문들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해왔다. 지난해에는 “탈북 남성의 평균 키는 같은 나이대의 남한 남성보다 평균 3∼8cm 작다”는 그의 연구 결과가 영국 BBC에 보도돼 화제가 됐다. “남북한 사람들은 같은 민족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60여 년 사이에 기근과 경제격차로 키와 몸무게까지 격차가 생긴 현상은 흥미로운 연구 대상입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거주한 그는 한국인 유학생과 교포들을 사귀면서 한국인의 이민사를 연구하게 됐다. 한국에 돌아온 입양아들을 많이 만나면서부터는 입양사에까지 관심을 뻗었다. 지난해엔 미국에서 연구서 ‘Korean Migration to the Wealthy West(부유한 서양으로의 한국인 이민)’를 출간했다.
스베켄디크 교수의 꿈은 학자로서 한국의 통일에 기여하는 것이다. “서독에서 자라면서 중학교 때 베를린장벽의 붕괴를 지켜봤고, 통일 후에는 동독과 서독 청소년들의 교류를 돕는 봉사활동을 했어요. 통일사회에서 살았던 경험을 살려 남북한 통일 연구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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