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 한땀에 스민 정성… 이것이 조선왕실의 품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8일 03시 00분


국립고궁박물관 궁중자수전

19세기에 만들어진 ‘자수 화초길상문 병풍’. 붉은 비단에 다양한 화초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노랫말을 수놓았다. 고종이 미국에서 온 의료 선교사 존 윌리엄 헤론에게 하사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9세기에 만들어진 ‘자수 화초길상문 병풍’. 붉은 비단에 다양한 화초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노랫말을 수놓았다. 고종이 미국에서 온 의료 선교사 존 윌리엄 헤론에게 하사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꽃 천지를 노니는 나비의 자태는 고혹적이고, 한 쌍의 원앙은 은근히 사랑이 넘친다. 고운 색실로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떠내려간 자수가 아니었다면 이다지도 은은하고 산뜻한 품격을 낼 수 있었을까.

조선 제23대 임금 순조와 순원왕후 김씨 사이에서 2남 3녀 중 차녀로 태어난 복온공주가 13세에 혼례를 올릴 때 궁중에서 만든 자수 방석(1830년)의 모습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조선시대 왕실의 자수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9월 1일까지 열리는 ‘아름다운 궁중 자수’ 특별전. 조선 왕실의 복식과 방석 같은 생활 자수, 감상을 위한 자수 서화 작품 등 90점이 전시된다.

조선의 궁중 자수는 수방(繡房)에 소속된 나인이 제작했는데, 그 문양이 정교하고 색실을 조화롭게 사용한 솜씨가 돋보인다. 궁중 화원이 자수의 밑그림을 그려 가치를 더욱 높였다.

전시에는 왕과 왕비가 입던 예복의 가슴과 등에 용을 수놓아 달았던 천, 즉 용보(龍補)를 비롯해 왕실의 권위를 표현한 흉배(胸背·가슴과 등에 수놓은 천), 후수(後綬·예복 뒤의 띠), 공주의 활옷(중요 의식 때 입은 예복)을 선보인다. 왕실 가족의 무병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며 정성껏 수놓은 자수병풍은 조선 궁중미술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 밖에 고려시대의 작품인 ‘자수 사계분경도 병풍’(보물 제653호), 신사임당의 작품이라고 전해지는 ‘자수 초충도 병풍’(보물 제595호), 현대까지 계승된 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한상수 최유현 자수장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7월 11일과 8월 8일 오후 2∼4시에는 박물관 강당에서 자수 전문가들의 특별 강연회가 열린다. 문의 02-3701-7632, 7635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국립고궁박물관#궁중자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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