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예능 ‘꽃보다 할배’에는 40대 배우 이서진이 ‘짐꾼’으로 합류해 유럽 배낭여행을 함께한다. 박근형, 신구, 이서진, 이순재, 백일섭(왼쪽부터). tvN 제공
네 명의 나이를 더하면 297세. 평균연령 74세가 넘는다. 이순재(78) 신구(77) 박근형(73) 백일섭(69). tvN의 리얼버라이어티 ‘꽃보다 할배’ 출연진 얘기다.
다음 달 5일부터 방송되는 ‘꽃보다 할배’는 할아버지들의 여행기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 KBS ‘1박2일’을 연출한 나영석 PD가 CJ E&M으로 이적한 후 내놓는 첫 작품이다. 아직 방송 전임에도 ‘막내’ 백일섭이 ‘형들’을 위해 커피를 타는 내용의 30초짜리 예고영상은 온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세 번째 예고영상이 공개된 21일에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서 ‘꽃보다 할배’가 하루 종일 상위권에 올랐다.
나 PD는 “네 명의 출연진은 유재석, 강호동 이상으로 유명한 스타지만 예능에서 다룬 적이 없다. 젊은 층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이들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할아버지 예능은 대중적으로 생소하지만 사실 할머니들은 오래전부터 방송 토크쇼를 장악하고 있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이 생기면서 60, 70대 할머니 스타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엄앵란(77) 현미(75) 전원주(74) 사미자(73) 선우용녀(68) 송도순(64)이 대표주자. 이들은 MBC ‘세바퀴’, 채널A ‘웰컴 투 시월드’와 ‘명랑해결단’, MBN ‘황금알’ 같은 ‘떼 토크’ 프로에서 감초처럼 등장해 거침없는 입담을 선보이며 인기 몰이 중이다. 특히 고부관계가 토크의 주제가 되는 ‘…시월드’의 경우 출연자의 절반이 60대 이상이며 토크의 무게중심도 며느리 쪽보다는 시어머니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젊은 시청자 중심의 예능 프로에 60, 70대 출연진이 증가하는 것은 이들 ‘노인 스타’가 전 연령대에서 호소력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령화로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60∼70대 방송인의 수가 늘어난 데다,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청자에게 익숙한 ‘믿을 만한 사람’을 찾는 방송계의 경향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시월드’와 ‘명랑해결단’ 책임프로듀서인 이문혁 채널A 제작1팀장은 “자신은 물론 자녀의 결혼, 출산까지 인생의 중요한 과정을 다 거쳐 온 노년층 여성 출연자들은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웃음을 주는 한편 삶의 지혜도 풍부해서 대중의 공감을 쉽게 이끌어낸다”고 설명했다.
신선함을 추구하는 예능 프로에서 나이 든 노인이 권위를 버리고 ‘망가지는 모습’은 젊은 시청자에게는 신선하게 비칠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노인 인구가 늘고 과거와 다른 새로운 노년층도 출현하고 있지만 이들의 생활에 대해선 별로 알려진 게 없다”며 “고정관념을 깨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출연하는 프로는 시청자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예능의 블루오션”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