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어미새는 쉴 틈이 없네요… 새들도 사람도 마찬가지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9일 03시 00분


◇홀로 남은 호랑지빠귀/권오준 글, 사진·백남호 그림/108쪽·1만3000원·보리

지난봄 8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가까이 보이는 나무에 까치가 터를 잡았습니다. 베란다 창을 통해 까치가 집 짓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게 되었죠. 잠시 안 보인다 싶으면 여지없이 나뭇가지를 물고 나타납니다. 그러기를 하루에도 수십 차례, 여러 날을 반복합니다. 지켜보기에도 지칠 만한 시간을 까치는 잠시도 쉬지 않습니다. 절로 격려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아이고 까치야, 힘들겠다. 애쓴다, 애쓴다.”

이 책을 읽으니 그때 그 마음이 기억납니다. 작가는 그런 마음이 더 클 것입니다. 오래도록 새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어 왔으니 말이죠. 이 책은 그 관찰 기록과 사진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것입니다. 작가는 새 사진을 찍기 위해 위장막을 쳐 놓고 하루 일고여덟 시간을 꼼짝없이 지켜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시간 동안 새들은 쉼 없이 날아다니며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키워내는 일을 해냅니다. 지켜보는 사람에게 그건 경이입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이라고 저렇게 열심히 할 수 있을까요. 저절로 새들에게 말을 걸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새들과 나누던 말이 동화가 되어 우리 앞에 나왔습니다.

동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이야기 흐름에 딱 맞게 배치된 사진과 그림입니다. 새끼를 지키느라 잔뜩 긴장한 어미 호랑지빠귀의 눈동자에 힘이 실려 있습니다. 새끼 똥을 받아내려 준비하는 어미의 눈동자는 우리네 엄마의 눈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리를 다쳐 나머지 식구들을 떠나보내고 홀로 눈밭에 남겨진 아비 호랑지빠귀의 쓸쓸함도 보입니다. 사진은 섬세하고 그림은 꼼꼼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새들도 고민이 많습니다. 새 둥지 위치도 고민입니다. 높은 가지에 지으면 까치가 무섭고, 낮은 가지에 지으면 고양이나 뱀이 무섭습니다. 위협이 감지되었을 때 공격을 할 것인가, 눈에 띄지 않게 할 것인가도 선택을 해야 합니다. 새들 전체의 비상식량이 될 만한 나무열매를 겨울이 끝날 때까지 남겨 놓는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읽고 나면 무심히 듣던 새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책입니다. 그들도 말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습니다. 새들도 그러합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홀로 남은 호랑지빠귀#새#사진#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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