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의 심장에서 울려퍼진 한국의 전통 가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일 03시 00분


양주풍류악회 도쿄 공연 객석 매진… 관객들 “한국가면 쇼핑보다 국악을”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의 기오이홀에서 열린 ‘한국의 풍류’ 공연에서 양주풍류악회의 명인들이 ‘영산회상 별곡’을 연주하고 있다. 양연섭 한양대 교수(앞)가 1300년 전 신라 시대 거문고를 재현한 신라금을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크라운-해태제과 제공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의 기오이홀에서 열린 ‘한국의 풍류’ 공연에서 양주풍류악회의 명인들이 ‘영산회상 별곡’을 연주하고 있다. 양연섭 한양대 교수(앞)가 1300년 전 신라 시대 거문고를 재현한 신라금을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크라운-해태제과 제공
일본 도쿄에 사는 나카이 노리코 씨(48·주부)는 지난달 27일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그는 이날 난생처음 한국 전통 음악과 무용을 접했다. “일본 전통악기와 비슷한 듯 다른 한국 전통악기, 박력 있으면서도 우아한 남성 무용이 무척 재밌고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한국의 가락과 몸짓이 일본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최정상급 국악 명인들로 꾸려진 양주풍류악회가 도쿄 기오이홀(250석)에서 펼친 ‘한국의 풍류’ 공연이다. 이 공연은 2010년 처음으로 일본 공연을 시작해 올해 3회를 맞았다. 양주풍류악회는 국악애호가인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지원으로 2010년 2월 결성됐다. 김정수(장구) 정재국(피리) 박용호(대금) 등 국악 명인 14명이 참여하고 있다.

실내악과 독주회, 일본 전통음악 연주회를 주로 여는 기오이홀의 건물 입구에는 이날 ‘매진’ 팻말이 걸렸다. 공연을 후원한 크라운-해태제과의 일본 파트너 기업 관계자, 일본 문화예술계 및 학계 인사 일부를 초청한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일반 매표한 티켓(5000엔)이 모두 팔려 나갔기 때문이다.

객석이 가득 찬 가운데 막이 올랐다. 해설을 맡은 황준연 서울대 국악과 교수는 궁중음악인 수제천(壽齊天)을 두고 “산과 산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한국의 능선을 닮은 곡”, ‘영산회상 별곡’에 대해선 “조선 사대부들이 취미로 연주했던 실내악곡”이라고 설명했다. 연주자 한 명 한 명은 서양음악에 빗대면 빼어난 솔리스트. 이런 명인들이 호흡을 맞춰 연주하는 합주는 국내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무대다.

특히 영산회상 별곡에서는 신라금(신라음악에 사용하는 12현 거문고)을 복원한 악기를 양연섭 한양대 교수가 연주해 주목받았다. 1300년 전 일본에 전해진 신라금은 쇼소인(正倉院·나라 현에 있는 왕실 유물 창고)에 수장된 보물이다. 쇼소인 전문가들의 감수와 재일교포 문만일 아이키그룹 회장의 지원으로 복원됐다.

이어진 조상현 명창의 ‘심청가’ 중 심봉사가 눈뜨는 대목, 한국무용가 임이조의 ‘한량무’, 안숙선 명창의 남도민요에 일본 관객은 고갯짓을 하며 리듬을 탔고, 큰 박수로 화답했다. 김정수 용인대 교수는 “낯선 음악에 일본 관객이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객석의 몰입도가 무대까지 생생하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일본 음악 전문가의 호평도 있었다. “판소리는 일본의 노래와 발성법과 창법이 완전히 달라서 더욱 눈길이 갑니다. 독도 문제 등 한일 간 외교 문제가 있지만 그럴수록 문화교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스즈키 하루오·67·‘아악(雅樂)소식’ 발행인)

도쿄=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전통가락#양주풍류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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