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금관총에서 출토된 고리자루큰칼(환두대도)의 칼집에서 최근 ‘이사지왕(尒斯智王)’이라는 글자가 발견됐다. 신라 무덤에서 왕 이름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무덤의 주인공을 밝혀내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칼을 소장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사지왕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고리자루큰칼과 칼집을 3일 공개했다. 이 글자는 ‘조선총독부 박물관 자료 공개사업’의 일환으로 칼을 보존처리하다가 발견됐다.
이사지왕이라는 글자는 칼집의 맨 아래 금속 부분 앞면에 미세하게 새겨져 있다. 짙은 부식층으로 덮여 있어 X선 검사 때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부식층을 제거하자 글자가 나타났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칼집 하단 뒷면에는 ‘십(十)’, 상단 앞면에서는 ‘이(尒)’ 자가 확인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한 또 다른 금관총 출토 고리자루큰칼에서도 칼집 하단 앞면에 ‘십(十)’, 하단 뒷면에 ‘이(尒)’, 상단 앞면에 ‘팔(八)’ 자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사지왕의 정체는 아직 알 수 없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신라금석문 어디에도 그런 왕호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시 신라 최고지배자인 마립간 중 한 사람의 다른 왕명이거나 ‘왕’으로 불린 고위 귀족 중 한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