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띤 ‘출판 한류’ 현장… 日 왕자 부부 ‘土地’ 일어판에 관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4일 03시 00분


■ 도쿄국제도서전… 아시아 첫 주빈국 한국관 가보니

3일 일본 도쿄국제도서전 한국 부스를 찾은 아키시노노미야 일본 왕자(왼쪽에서 세 번째)와 기코 왕자비(네 번째).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오른쪽)과 최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의 안내를 받으며 일본에서 번역된 한국 출판물을 둘러보고 있다. 도쿄=정양환 기자 ray@donga.com
3일 일본 도쿄국제도서전 한국 부스를 찾은 아키시노노미야 일본 왕자(왼쪽에서 세 번째)와 기코 왕자비(네 번째).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오른쪽)과 최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의 안내를 받으며 일본에서 번역된 한국 출판물을 둘러보고 있다. 도쿄=정양환 기자 ray@donga.com
3일 오전 10시 반경 일본 도쿄 빅사이트 전시관. 제20회 도쿄국제도서전이 열리던 박람회장 한쪽이 일순간 술렁거렸다. 올해 주제국(주빈국)인 한국관 부스에 아키히토(明仁·79) 일왕의 둘째 아들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48) 왕자와 기코(紀子·47) 왕자비가 등장한 것.

왕자 부부는 조선통신사 행렬도 영인본과 박경리 소설 ‘토지’의 일본어판에 관심을 보이며 20여 분간 둘러보다 자리를 떴다. 일본 측 도서전 관계자는 “왕자 부부가 도서전을 자주 방문했지만 주빈국 부스를 따로 찾은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도쿄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1994년 시작한 도쿄도서전은 ‘제2의 출판대국’이란 위상답게 해마다 세계 40여 개국에서 출판사 1100여 곳이 참여하는 일본 최대 책 박람회다. 지금까지 프랑스 스페인 등 서구 국가들만 주빈국으로 선정해 왔다. 아시아 국가가 주빈국으로 초청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출판 수출입에서 8 대 2 정도로 약세를 면치 못하는 한국에 이번 초청은 ‘쾌거’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지난해 중국 베이징과 올해 도쿄, 내년 영국 런던 국제도서전 주빈국으로 연달아 초청되며 한류의 또 다른 표출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너무 들뜰 필요는 없지만 이번 도서전이 양국의 출판 불균형이 줄어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백의 이미지를 살려 현장에 차려진 한국관은 상당히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형두) 주관으로 국내 출판사와 관련 업체 27개 사가 참여해 다양한 전시를 선보였다. ‘책으로 잇는 한일의 마음과 미래’라는 주제 아래 조선통신사부터 시작된 양국의 문화 교류를 조명한 ‘필담창화 일만리(筆談唱和一萬里)’와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안내하는 ‘한국의 세계기록유산’ 등 특별전시를 마련했다.

특히 소설 ‘엄마를 부탁해’, 인문서적 ‘아프니까 청춘이다’같이 일본어로 번역된 한국 출판물을 소개한 ‘한일 출판교류전’은 일본 관람객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신기하긴 해도 생소하다는 반응이 컸다. 직장인 우에하라 요시코 씨(27)는 “한국 드라마나 가요는 인기가 높은데 책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일본 출판평론가 다테노 아키라(館野晳·78) 씨도 “황석영 신경숙 작가는 많이 알려진 편이나 여전히 빈약한 상황”이라며 “김애란 한강 등 실력 있는 신진 작가들을 더 활발하게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전시장 옆 세미나실에서 열린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76)와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72) 미국 컬럼비아대 객원교수의 대담도 방청객 100여 명이 몰리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동아시아의 보편성’이란 주제로 의견을 교환한 두 지성은 “유교문화 바탕에 깔린 평화를 추구하는 정신, 민심을 천심으로 여기고 국가의 근간으로 삼았던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최근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영유권 분쟁으로 경색된 한중일 관계에 대해 “서구 열강과 정치적 논리에 휩쓸리지 말고 문화사상적 교류를 통해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라타니 교수는 “최근 일본을 이해하려면 서구나 중국이 아니라 한국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한국을 배우기 위해 한국 드라마도 열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제20회 도쿄국제도서전#아키시노노미야#토지#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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