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으로 집대성한 한국동화 100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4일 03시 00분


작가 100인 대표작 삽화없이 펴내

지식을만드는지식 제공
지식을만드는지식 제공
‘바람을 파는 소년’ ‘보리바람’의 원로 동화작가 이준연은 1939년 전북 고창군 해리면 안산리에서 태어났다. 농촌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부터 옛날이야기를 좋아했다. 할아버지의 담배를 훔쳐 머슴에게 주고 이야기를 듣다가 들켜 혼나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손자는 커서 동화작가가 됐다. 자신이 발표한 동화를 읽어 드릴 때 기뻐하시던 조부모의 모습이 선하다고 작가는 회고한다. 이제 손자는 할아버지가 됐지만, 이야기 사랑은 여전하다. “백내장, 늑막염, 담석, 위암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나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동화를 생각하고 글을 썼다. 동화를 쓰지 않았다면 나는 벌써 저승에 갔을 것이다.”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가 함께 만든 ‘한국동화문학선집’(사진)이 총 100권으로 출간됐다. 이준연, 윤수천을 비롯한 생존 작가 83명과 방정환, 강소천, 현덕을 비롯한 작고 작가 17명의 대표작들을 골라 한 권씩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100권의 선집 속에 들어간 작품은 총 1246편. 200자 원고지로 치면 4만 장이 넘는다.

작고 문인의 대표작은 김용희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부센터장을 비롯한 기획위원 7명이 골랐다. 생존 문인은 스스로 대표작을 고르는 것 외에도 자신의 인생과 작품에 대한 소개 글을 덧붙였다. 1910년대 최남선 이광수 오천석으로부터 발화된 한국 동화 100년사를 작품과 작가의 말로 집대성한 것이다. 성인 문학의 그늘에 가려 체계적인 작품 정리마저 힘들었던 동화계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화에 으레 들어가는 삽화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동화 역시 다른 문학작품과 같이 텍스트만으로 완결성을 갖는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는 의도에서다. 김용희 기획위원은 “동화가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라는 특수한 시각, 협소한 개념에서 탈피해 ‘동심의 문학’이란 보편적인 개념으로 이미 확대됐다”며 “선집 발간은 아동문학의 학문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국동화문학선집#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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