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40)이 영화 ‘감시자들’로 약 4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믿기 어렵지만 데뷔 이래 첫 악역이다.
“연기자로서 욕심이 났어요. 긴장감을 전달하는 역할의 쾌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꼭 제임스를 맡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죠.”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 정우성은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났다.
“제가 있어야 할 곳이니까요. 촬영장은 언제나 편한 곳이에요. 오랜만이라 더 마음껏 즐겼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톱스타 정우성에게도 긴 공백은 부담스러웠다. 드라마를 통해 팬들을 만났지만 마음 한편에는 영화에 대한 걱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조바심이 난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정우성이 누구야’ 라는 물음표를 지워주고 싶었어요. 좋은 캐릭터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도 강했고요.”
사실 정우성은 공백기에도 늘 영화와 함께했다. ‘영화인 정우성’으로 꾸준히 스크린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올해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그는 “하루에 영화 2,3편을 보며 심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더라”며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영화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할 수 있었어요. 영화에 담긴 표현방식과 정서를 이해하게 됐죠. 배우가 아닌 다른 시선으로 영화를 접근할 수 있어 흥미로웠어요.”
또 단편영화 ‘4랑’을 직접 연출해 오랜 꿈인 영화감독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늘 멋진 ‘오빠’와 ‘형’으로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정우성은 어느덧 데뷔 20년을 맞았다. 배우로서 온갖 희로애락을 겪은 그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예상과 달리 “오늘!”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루하루가 ‘인생의 절정’이라고 생각해요. 20년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삶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죠.”
잠시 지난날을 회상한 정우성에게 영화 ‘비트’(1997년)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비트’는 지금의 정우성을 있게 한 작품이다.
“영화가 크게 성공한 후에 생긴 고정된 시선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어요. 한동안 ‘청춘스타’ ‘터프가이’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녔어요. 하나의 이미지에 머물 생각이 없었는데 사람들의 시선은 늘 같았어요. 다행인 건 제가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는 거죠. 연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배역을 고르는 데 고민하지도 않았어요.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려고 더 노력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의 20년이 더 기대되는 배우 정우성은 아직도 할 일이 많다. 당장 실패한 바둑기사의 재기를 담은 액션 영화 ‘신의 한수’를 시작한다. 또 이윤정 감독의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는 주연과 제작까지 맡았다.
“영화 제작은 처음이에요. 이윤정 감독과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어요. 이 감독의 단편영화를 보고 마음에 들어 함께하게 됐죠. 제작과 주연을 동시에 맡았어요. 당분간 쉴 계획이 없어요. 계속해서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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