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로베르토 볼레 - 서희 환상적 발레커플 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 ★★★★★

‘오네긴’ 3막에서 절절하게 연기하는 타티아나(서희·왼쪽)와 오네긴(로베르토 볼레).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오네긴’ 3막에서 절절하게 연기하는 타티아나(서희·왼쪽)와 오네긴(로베르토 볼레).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펼쳐진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은 세기의 발레 커플 탄생을 예고했다. 이 작품의 주역으로 초청된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두 수석 무용수 로베르토 볼레(38)와 서희(26)는 완벽에 가까운 기술,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애절한 감성연기를 선보였다. 이들의 춤은 관객의 심장 깊은 곳을 정화하는 카타르시스 그 자체였다.

1막 바람둥이 귀족청년 오네긴과 꿈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타티아나. 거울 속에서 튀어나온 오네긴은 열정적으로 타티아나를 사랑한다. 서희의 허공을 가로지르는 ‘롱 드 장브’(다리로 공중에 원을 그리는 동작)는 볼레의 유연한 허리힘을 동력 삼아 그 누구의 것보다 빠르고 날렵했다. 볼레가 한 팔로 하늘 높이 서희를 들어 올렸을 때 보여준 균형은 마치 한 몸이 움직이는 것처럼 놀라왔다. 둘의 호흡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여주인공의 상반된 성격이 부각되는 ‘지젤’ ‘백조의 호수’와 달리 드라마발레 ‘오네긴’에서는 남녀 주인공 모두 반전을 연기한다. 세월이 흘러 순진한 시골처녀 타티아나는 사회적 지위 앞에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공작부인, 오만했던 오네긴은 회한에 찬 눈빛의 노신사가 됐다.

3막 클라이맥스 2인무는 애절함의 절정이었다. 두 팔로 원을 만들어 서희를 쓰다듬고 바닥에 쓰러지는 볼레는 공기 중에 사라지는 연기 같았고, 거부하려 해도 가슴이 녹아내려 온 몸으로 볼레를 끌어안고 마는 서희는 이슬 같았다. 결국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두 주인공은 절규하는 명연기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2009년과 2011년 판에 비해 더욱 화려한 캐스팅으로 완성도를 더한 ‘오네긴’은 이제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번 무대는 군무 장면을 강화해 안정적인 연출을 보여주었다. 1막에서 무대를 가로지르며 일렬로 ‘그랑 주테’(한 발에서 다른 발로 크게 뛰는 동작)를 하는 장면, 3막 무도회의 왈츠 군무는 일품이었다.

녹음이 아닌 오케스트라 실연(미하일 그라놉스키 지휘·강남심포니)도 한몫 했다. 안무 당시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음악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발레와 더욱 잘 맞는 그의 다른 곡을 골랐던 안무가 존 크랭코의 탁월한 선택은 거의 반세기가 지난 지금 한국의 무대에서 세기의 커플과 함께 더욱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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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일 강미선-이동탁/이현준, 황혜민-엄재용, 강예나-이현준 캐스팅으로 5회공연이 열린다. 1만∼10만 원. 02-580-1300

장인주 무용평론가
#오네긴#로베르토 볼레#서희#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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