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만나는 순간 마음이 즐겁고 행복해진다. 따로 설명이 없어도 어려울 게 없다. 과하지 않은 화려함과 섬세함이 깃든 회화, 일러스트레이션, 포스터 등은 오늘날 시점에서 봐도 세련미가 넘친다.
아르 누보(Art Nouveau)를 대표하는 체코 출신 거장 알폰스 마리아 무하(1860∼1939)의 작품들이 서울을 찾아왔다. 11일부터 9월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열리는 ‘알폰스 무하: 아르 누보와 유토피아’전. 그의 손자가 설립한 무하 재단에서 회화 포스터 드로잉 사진 소품 등 대표작 235점을 가져왔다.
무하는 일본에선 이미 순회전을 열 만큼 폭넓은 팬을 확보한 인기 작가이지만 한국에선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이라 손꼽아 기다려온 사람들이 많다. 그의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우아한 여인과 꽃이 어우러진 몽환적 이미지는 대중과 친숙하기 때문이다.
타로 카드부터 순정만화까지 생활 속에서 그의 영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부활하는 ‘무하 스타일’의 웅숭깊은 속내를 엿볼 기회다. 8000∼1만2000원. 1666-2775, www.mucha2013.com
○ 아르 누보와 무하 스타일로의 초대
‘새로운 예술’이란 뜻의 아르 누보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을 지배한 미술양식이다. 20세기 건축 공예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식물 덩굴과 파도처럼 자연을 모티브 삼아 유려한 곡선을 강조한 것이 특징.
아르 누보는 무하에서 출발해 무하에서 꽃피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체코 모라비아 태생으로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활동했다. 삽화가로 일하던 그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1844∼1923)의 공연 포스터 ‘지스몽다’를 제작해 일약 명성을 얻는다. 1890년대 유럽에선 테마별 포스터 수집이 유행이었고 그는 계절과 예술 등을 주제로 고유 양식의 포스터를 선보여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화가이자 장식미술가, 디자이너로 영역을 넓힌 그는 고급문화와 상업문화 사이의 벽을 허물면서 새 시대를 열었다. 무하 스타일은 장식적 문양, 풍부한 색감, 산뜻한 구도와 서체의 융합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이 됐다.
이번 전시에선 체코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화가, 포스터 삽화 보석 광고 카펫 벽지 등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인 작가의 면모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로운 공존
전시는 ‘파리의 보헤미안’ ‘무하 스타일의 창시자’ ‘코스모폴리탄’ ‘신비주의자’ ‘애국자’ ‘예술적 철학자’ 등 6개 섹션으로 이어져 그의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설적인 공연 포스터를 중심으로 국제적 명성을 선사한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작품들, 스웨덴 출신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와 교유하면서 신비철학에 영향을 받은 과정도 짚는다.
네오클래식풍의 하늘거리는 옷에 풍성한 머릿결을 자랑하는 젊고 매혹적인 여인의 이미지가 변주된 독특한 포스터는 예술성과 대중성의 빈틈없는 조화를 보여준다. 예술사적 의미를 몰라도 그가 창조한 이상적 세계와 순수한 아름다움이 단숨에 보는 이의 마음을 파고드는 이유다.
파리에서의 부와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그가 1910년 고향으로 돌아온 뒤 민족과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한 ‘슬라브 서사시’ 연작의 습작도 주목된다. 슬라브 민족의 정신적 통합과 정치적 독립에 대한 소망을 담은 작품으로 우리의 굴곡진 근대사와도 맞물려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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