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었습니다. 많은 미국인이 ‘건국의 아버지’들을 기억 속에서 불러내고 기념하는 날이죠. 7월이면 저는 특히 그중 한 사람인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사진)을 떠올립니다. 그가 발명한 악기 ‘글라스(유리) 하모니카’ 때문입니다.
‘유리잔 문지르기’에 대해 들어본 일이 있으십니까. 손가락에 물을 묻혀 유리잔 윗부분을 일정한 속도로 문지르면 ‘찌잉∼’ 하는 소리가 납니다. 진기명기 보유자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도 종종 등장하죠. 그런데 이 소리를 ‘악기’로 발전시킨 인물이 프랭클린이었습니다.
유리잔을 문질러 음악을 연주한 첫 인물은 아일랜드 음악가 리처드 폭리치로 알려졌습니다. 1740년대 영국 런던에서 유리잔을 여러 개 늘어놓고 물을 적당히 부어 ‘튜닝’을 한 다음 연주를 선보였던 거죠. 프랭클린이 이 소리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유리잔 연주를 독립된 악기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1762년 7월 13일, 그는 새로운 악기를 사람들 앞에 선보였습니다.
새 악기는 모양부터 유리잔과는 달랐습니다. 오목한 유리그릇 37개를 가로로 배열했습니다. 페달을 밟으면 유리그릇들이 한꺼번에 돌아갑니다. 이때 젖은 손가락으로 유리를 만지면 특유의 소리가 났습니다. 전통의 유리잔과는 달리 열 손가락으로 동시에 여러 음의 화음을 낼 수도 있었습니다. 오늘날 부르는 ‘글라스 하모니카’라는 이름도 프랭클린이 붙인 ‘아르모니카’(armonica·이탈리아어로 조화롭다는 뜻)라는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소리는 어땠을까요? 아래 QR코드와 인터넷 링크를 통해 이 악기의 소리를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글쎄요, 제 지인들은 좋은 인상을 얘기한 경우가 드물었습니다만 프랭클린 자신은 ‘비할 수 없이 아름다운 소리’라고 말했습니다. 이 악기는 한때 인기를 누렸고 모차르트와 베토벤 같은 대작곡가들도 이 악기를 위해 곡을 썼습니다. 그러나 19세기를 거치면서 이 악기는 혹평 속에 점차 잊혀졌고, 20세기 말에야 옛 악기 복원의 유행 속에 재발견됐습니다.
악기 제작에도 관심을 기울였던 벤저민 프랭클린. 그의 악기는 음악사 속에서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과학자이자 발명가, 외교관, 전략가, 비즈니스 활동가로 평가됩니다. 미국 독립에 기여했던 정치가로서뿐만 아니라 구름 속으로 연을 날려 번개가 전기의 일종임을 증명한 일도 널리 알려져 있죠. 말하자면 당대의 ‘다빈치적인 전인(全人)’이었다고 할까요. 지식이 전문화되는 한편 파편화되는 오늘날, 그의 이름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http://blog.daum.net/classicgam/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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