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점유율 1위 제품의 인기를 같이 누리려고 급하게 출시되는 후속 상품을 ‘미투(Me too)’ 제품이라고 부른다. ‘나도 역시’란 뜻에서 짐작할 수 있듯 1위 제품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마케팅 전략의 결과다.
최근 국내 출판시장에서도 이런 사례가 나오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오르자 하루키 관련 책들이 잇따라 발간되고 있는 것.
문학사상은 3일 하루키의 단편소설 ‘빵가게를 습격하다’를 번역 출간했다. ‘색채가…’가 발간된 지 불과 이틀 뒤다. 하루키와 일본 근대문학의 거장 나쓰메 소세키를 비교한 평론집 ‘무라카미 하루키와 나쓰메 소세키 다시 읽기’(늘봄)도 10일 발간됐다. ‘색채가…’의 발간일이 이달 초로 잡혔다는 사실이 일찌감치 출판계에 알려진 사실을 감안하면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는 게 출판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신작이 나오면 손님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다른 출판사가 펴낸) 같은 작가의 다른 책도 함께 묶어 진열한다”며 “하루키의 경우 워낙 거장이라 (이렇게 전시하면) 다른 책들의 매출까지 동반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출판사의 ‘미투 출간’도 있다. ‘다빈치 코드’로 많은 독자층을 거느린 소설가 댄 브라운의 신작 장편 ‘인페르노’를 5일 출간한 문학수첩은 거의 같은 시기에 이 작가의 장편 ‘로스트 심벌’ 일러스트 에디션을 냈다. 2009년 출간된 ‘로스트 심벌’에 컬러 사진을 대폭 추가한 판본이다.
단숨에 베스트셀러 순위 6위(11일 교보문고 순위 기준)에 진입한 ‘인페르노’의 후광 효과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출판사 관계자는 “‘로스트 심벌’ 일러스트 에디션의 출간 준비는 조금 더 일찍 끝났지만 ‘인페르노’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감안해 같은 시점에 맞춰 책을 냈다”고 말했다.
이미하 민음사 부장은 “미투 출판은 화제성 높은 거장의 신작이 나올 때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특히 판권이 여러 출판사로 나뉘어 있거나 아예 저작권 시효가 만료된 외국 작가의 책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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