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보다 복제가 일상 깊숙이 침투했지만 또한 그것이 금기와 억압의 대상이 된 시대,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 교수인 저자의 질문은 도발적이다. 우리의 생명도, 문명도 복제의 산물 아니었던가. 인간 자체가 모방의 동물일진대 언제부터 원본과 사본을 구별하는 것에 이토록 집착했단 말인가. 복제(copy)라는 단어는 풍요의 여신을 뜻하는 라틴어 코피아(copia)에서 왔다. 풍요는 곧 축복이었으니 이 축복받던 단어가 현대에 와서는 왜 저주받는 단어가 됐단 말인가. 베냐민의 아우라,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지라르의 모방욕망은 물론 불교와 도교를 넘나들며 복제의 복권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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