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1000년의 꿈을 찍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8일 03시 00분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 오세윤 전

지난해 촬영한 경주 진평왕릉 인근 연꽃무늬 당간지주. 오세윤 작가는 해질녘에 촬영한 까닭을 “지나간 시절의 아련함과 여전히 버티고 선 당당함을 함께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세윤 작가 제공
지난해 촬영한 경주 진평왕릉 인근 연꽃무늬 당간지주. 오세윤 작가는 해질녘에 촬영한 까닭을 “지나간 시절의 아련함과 여전히 버티고 선 당당함을 함께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세윤 작가 제공
오세윤 사진작가(50).

일반인에겐 생소할 수도 있지만, 문화재계에서 오 작가는 ‘모르면 간첩’이다. 문화재청이나 국립박물관이 내놓는 도록이나 연구서적에 실린 사진 아래엔 ‘촬영 오세윤’이라고 숱하게 붙어 있다. 특히 문화재의 보고인 경주지역 유물사진 가운데 시중에 공개된 사진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거의 대부분 그가 찍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렇게 30년 가까이 한 우물만 파온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의 첫 개인전이 17일부터 서울 종로구 통의동 사진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렸다. 대학 시절(동국대 경주캠퍼스)부터 경주에 정착한 이력답게 전시회는 ‘신라를 찾아서’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오 작가는 “당시 경주 문화재를 기록한 사진 다수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찍은 것이었다는 사실에 충격받아 이 일에 뛰어들었다”며 “그간의 작업을 한 번 정리하자는 뜻으로, 거창한 것은 아니다”라며 쑥스러워했다.

전시작들은 오 작가가 얼마나 경주 곳곳을 누비며 애정을 갖고 셔터를 눌렀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다. 2008∼2009년 경주 쪽샘지구 유물 출토 과정을 담은 사진들이 특히 인상적이다.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에서 이제 막 형태를 드러내는 현장을 포착한 장면은 정적이지만 생동감이 넘친다. 당시 1500여 년 만에 발굴돼 화제를 모았던 말 갑옷 출토 사진도 눈길을 끈다. 그가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꼽았던 석굴암이나 토우 사진은 마치 직접 미술품을 손으로 만지는 듯한 촉감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문화재와 풍경이 어우러진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경주 보문동 진평왕릉 인근에서 찍었다는 폐사지의 연꽃무늬 당간지주(절에 세우는 깃대를 지지하는 받침돌)는 해질녘 노을에 묻힌 천년고도의 쓸쓸함이 묻어난다. 어스름하게 등선만 보이는 황남대총이나 하얗게 눈 덮인 계림 사진도 놓치기 아깝다. 오 작가는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찾다 보면 유물이 ‘지금 찍어 달라’며 말을 걸어오는 때가 있다”며 “그 찰나의 희열을 허락해준 문화재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21일까지. 무료. 02-720-2010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오세윤 전#유물사진#경주#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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