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누리꾼이 질투에 눈이 멀어 한 평범한 웹툰 작가를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른 파렴치한 여성"이라고 허위로 비난해 인터넷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잘 나가던' 작가가 못마땅한 나머지 '고생 좀 해보라'고 가짜 사연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것이다.
지난 15일 네이버에서 창작 만화를 연재하는 웹툰 작가 A씨의 작품 하단에 "남의 가정을 파탄 낸 여자"라는 비난 댓글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그가 유부남과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확신하는 내용이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도 올라왔다. 9점이던 만화 별점(독자가 주는 ★점수)도 1~2점으로 하락했다.
해외여행 중이던 A씨는 당황했다. 빗발치는 악플에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는 자신의 웹툰 몇 회를 아예 지워버렸다.
겨우 정신을 차린 A씨는 16일 새벽 "(불륜은) 사실이 아니다. 누가 저를 모함했는지 찾고 있으며, 왜 그랬는지 물어보려고 한다. 새삼 인터넷의 무서움을 느끼고 이렇게 그림을 접을 수도 있구나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알고 보니 이 모든 '소동'은 또 다른 포털사이트 여성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때문이었다.
누리꾼 B씨가 '한 웹툰 작가가 내 남편과 1년 간 바람을 피웠고, 자신의 웹 툰 캐릭터에 우리 아이 태명 ○○을 붙였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B씨는 "그 웹툰 작가에게 '당신 그림을 보면 내 남편과 바람피운 일이 생각나니, 만화를 다 삭제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화로 말했으나 작가가 이를 거부했으며, 해외여행 나가기 전 남편에게 또 전화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라는 아이 태명, 네이버 웹툰 연재, 작가가 해외여행 중'이라는 단서를 바탕으로 A씨를 사연 속 불륜녀로 지목했다. 그리고 그의 웹툰에 찾아가 '마녀사냥'을 한 것이다. A씨의 홈페이지는 쏟아지는 방문자로 트래픽이 초과 돼 다운됐다.
마녀사냥에 놀란 건 작가 A씨 뿐만이 아니었다. B씨가 새 글을 올린 것이다. 이번에는 한 발 빼는 내용이다. B씨는 "제발 멈춰 달라. A씨는 저와 상관없는 사람"라고 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작가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
A작가는 "결코 불미스러운 그런 사건은 없었다. 문제의 글을 신고했다. 저는 처음 글, 두 번째 글 다 진짜라고 믿을 수 없다.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재차 해명했다.
반전은 16일 오전 일어났다. A작가가 자신의 웹툰 게시판에 B씨가 보냈다는 이메일 한 통을 공개한 것이다. 이 모든 게 B씨의 거짓말로 빚어진 일이었다.
"작가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작가님의 글을 봐왔고 팬이었습니다. 저는 30대 초반의 여성입니다. 너무 힘들고 취직도 안 돼 잠시 미쳤나 봅니다. 여행사진이 올라온 것을 보고 일도하고 그림도 그리고 출장도 가고 여행도 가는 것이 정말 못마땅하고 불공평해서 조금만 어려움을 안겨주고 싶었습니다…. -B올림-"
A작가는 "메일 받았지만,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리플 다신 몇 분들께도 죄송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야 하지 않기에 그렇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황당에 황당을 거듭한 사연", "가짜 사연만 믿고 부화뇌동한 누리꾼들도 혼내주어야 한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많다", "남이 행복해 보인다고 거짓 내용을 꾸며서 악플을 유도하다니, 더러운 수법"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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