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궁둥이 산 똥방귀 마을서 무슨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0일 03시 00분


◇똥방귀마을/미하엘 조바 글, 그림/전재민 옮김/28쪽·1만1000원/어린이나무생각

어린이나무생각 제공
어린이나무생각 제공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조카는 미취학아동 시절 뿡뿡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사운드 북을 애지중지했다. 책에 달린 버튼을 꾹 누르면 콸콸콸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가 나왔는데 시도 때도 없이 들으면서 깔깔깔 좋아했다. 어른들은 단어만 들어도 눈살을 찌푸리는 똥과 방귀에 아이들은 열광한다.

이 책은 지루할 정도로 한적한 바람마을의 어두운 과거를 슬그머니 펼쳐 보이며 냄새나는 마을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바람마을은 아주 옛날엔 지금처럼 공기가 좋지 않았다. 그때 동네이름은, 부르기도 민망한 똥방귀마을이었다. 마을에는 봉우리가 2개인 궁둥이 산이 있었다.

궁둥이 산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용이 살았다. 용은 고양이도 잠든 늦여름 깊은 밤에 동네로 내려왔다. 밭과 마당에서 잘 익은 과일과 채소를 양껏 먹고는 자신의 동굴로 돌아가 쿨쿨 잠을 자며 먹은 걸 소화시켰다. 자는 동안 배 속에 가스가 생겼다. 용은 몇 달 동안이나 방귀를 뀌어댔고 마을은 지독한 냄새 구름으로 덮여갔다.

참다못한 마을 사람들은 힘을 모으기로 했다. 어느 날 마을에 나타난 용을 에워싸고 모두 용을 향해 엉덩이를 들이댄 뒤 방귀를 발사했다. 필릴리필리리, 슈우웅슈우웅, 피용피용…. 구리구리한 냄새에 용은 쓰러지고 말았다.

왕이 용을 성으로 데리고 갔고, 용은 먹고 뀌고를 반복했다. 그 냄새에 여인들은 창문을 모조리 닫았고 보초병들은 집게로 코를 막고 일했다. 먹을 것이 사라지자 용도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세월이 흐른 뒤 어느 영웅이 용을 무찔렀다는 이야기만 남았다.

독일 베를린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 미하엘 조바(68)의 밝고 화사한 색감의 그림이 사랑스럽다. 달밤에 연못에 뛰어든 용과 보랏빛 감도는 연기, 망연자실한 여인과 코를 막은 보초병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아련하게 다가온다. 조바의 작품은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에도 등장했다. 아멜리에(오드리 토투)의 방, 침대 머리맡에 그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똥방귀마을#궁둥이 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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