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민주공화국 명시 헌법 1조는 어디서 왔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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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박찬승 지음/408쪽·1만8000원/돌베개

제헌절인 17일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1인 시위가 각지에서 열렸다. 그들은 ‘헌법 제1조가 어디 갔어?’라고 물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2008년 미국산 수입쇠고기 논란 당시 시위대는 이를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노래의 울림이 커질수록 한양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의 궁금증도 커졌다. 헌법 제1조는 어디서 왔을까?

책은 헌법 제1조의 기원을 찾아간다.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 독립임시사무소에서 임시의정원은 ‘대한민국임시헌장’을 선포했다. 제1조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제로 함’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군주국의 나라 대한제국이 무너진 지 9년 만에 임시정부가 민주공화국을 표방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저자는 말한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헌법 1조에 국체를 민주공화국으로 천명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일찍이 1880년대 서양 정치사상을 접한 사상가와 정치가의 오랜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도 제헌헌법을 만들며 임시헌장의 정신을 이어받았다.

저자는 ‘공화’에 주목한다. 제헌헌법 제1장 총강 제5조의 ‘공공복리의 향상’ 구절을 찾아냈다. 공화주의(res publica)의 어원을 찾아가면 공공의 일이다. 저자는 제헌헌법에 담긴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했던 정신을 배워 오늘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삼기를 주장한다. 현재 빈부격차 수준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지적이다.

저자는 전작 ‘마을로 간 한국전쟁’에서 6·25전쟁 당시 이념갈등으로 학살극을 벌인 마을들의 미시사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전작을 기억하고 책을 고른 독자는 원래 사상사 전공인 저자가 공화주의를 다뤘음에도 개념어라는 특성상 읽기에 조금 벅찰 수 있다. 맺음말에 책의 큰 줄거리를 요약해둬서 먼저 읽으면 본문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제헌절#헌법 제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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