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59세를 일기로 별세한 ‘변화경영의 전도사’ 구본형 씨의 편지글을 모았다. 그는 첫 저서 ‘익숙한 것과의 결별’(1998년) 이후 자기계발서 열풍의 선봉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글에는 요즘 유행하는 얄팍한 자기계발서로 묶을 수 없는 내공이 담겼다.
그의 글에는 진솔함과 기품, 그리고 실험정신이 담겼다. 진솔함은 실제 20년간 다니던 안정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백척간두 진일보’를 실천한 뒤 이를 토대로 타인의 변화를 촉구하는 솔선수범의 정신에서 빚어진다.
기품은 그의 글에 담긴 문사철(文史哲)의 향기에서 우러난다. 서강대 사학과 출신인 그의 글에는 무수한 인문학 고전을 직접 섭렵하고 스스로 터득한 지혜가 담겨 있다. 실험정신은 글쓰기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에서 용솟음친다. 그는 ‘쉽고 효율적 글쓰기’만 추구하는 다른 자기계발서 작가들과 달리 문학성 넘치는 문장에 공을 들였다. 심지어 ‘나 구본형의 변화이야기’(2004년)에서는 단편소설 형식까지 과감하게 차용했다.
그의 편지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일에 안주하지 못하고 팔방미인으로 떠도는 후배에게는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네 안에 들어 있는 무수한 아마추어와 맞서라’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전 여행을 떠난 후배가 차가운 현실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자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시인이 아니다. 그러나 리얼리스트에 불과한 시인도 시인이 아니다’라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로 기품 있게 응답한다.
실험정신은 3년 전 자신에게 쓴 편지에서 유감없이 확인된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현실적인 나’와 ‘이상적인 너’로 나눈 뒤 이런 글을 보낸다. “나는 이성의 밝은 빛을 따라 삶을 설계할 것이다. 너는 열정이라는 에너지로 나를 지원해 다오. 너는 나를 늘 경계로 이끌어 다오. 그 경계에서 한 발을 더 내디뎌 내 한계를 넘어 다른 세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 다오. … 나는 너를 비처럼 받아들여 흠뻑 젖을 것이다. 너는 나를 나무처럼 춤추게 하라. 그리하여 우리는 비온 뒤의 숲처럼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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