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개념 자전거 ‘까롱’을 개발한 KIA 타이거즈 단장 출신 정재공 JK6 대표가 자전거를 짚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985년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곳은 기아자동차였다. 첫 발령지는 총무부. 그곳에서 맡은 업무는 사이클 팀 운영이었다.
선수생활은 해본 적도 없고 체육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던 그가 난데없이 사이클 팀으로 가게 된 이유는 단 하나, 덩치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인사부장은 180cm가 넘는 키에 듬직한 몸집이 좋은 그를 면접 때부터 눈여겨봤다. 그리고 입사와 함께 사이클 팀 주무로 임명한 것이다.
이때의 인연이 30년 가까이 지나 그의 평생 직업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주인공은 6가지 페달링 방식의 신 개념 자전거 ‘까롱(CARON)’을 만들어 낸 JK6의 정재공 대표이사(56)다.
30년 스포츠 인생
그는 스스로를 ‘반쯤 체육인’이라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사이클 팀을 맡은 이듬해인 1986년 기아자동차는 기아농구단(현 모비스)을 창단했다. 그의 업무 범위는 사이클에서 농구로 넓어졌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는 사이클 대회를 쫓아다녔고,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선수들과 함께 농구 코트를 누볐다.
의도치 않게 스포츠와 인연을 맺게 됐지만 그가 맡은 팀들은 모두 승승장구했다. 사이클 팀은 1988년부터 외환위기로 팀이 해체된 1997년까지 전국체전을 모조리 제패했고,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여러 개의 금메달을 땄다. 지금도 왕성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조호성(서울시청)을 비롯해 김용규, 용석길, 지석한 용명하(이상 은퇴) 등 쟁쟁한 선수들이 모두 기아자동차 소속이었다. 당시 기아자동차 사이클 팀이 곧 국가대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허재, 한기범, 김유택 등이 속했던 농구단 역시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1990년대 말 프로 출범 초기까지 무적의 팀으로 군림했다.
농구단 부단장까지 오른 그는 2001년 기아자동차가 해태 타이거즈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야구단 단장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2007년 야구단을 떠날 때까지 20년 넘는 세월을 스포츠와 함께했다.
자전거에 미치다
기자는 그가 KIA 야구단 단장으로 있던 2003년 초대를 받아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였는데 문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넓은 거실에는 다른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V나 소파 같은 게 전혀 없었다. 대신 거실 한가운데 사이클 자전거 한 대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조명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던 그 자전거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 자전거는 당시 시가로 500만 원이 넘는 최고급 사이클이었다.
2007년 야구단을 떠난 뒤 스포츠와 인연이 끊길 뻔했던 그가 사회생활의 처음을 함께 했던 자전거로 돌아온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2008년 그는 중국으로 건너갔다. 중국에서 자전거 사업을 하던 지인이 도움을 청했기 때문이다. 그 지인은 멀티 기능의 자전거 페달(제품명 유니세트)을 개발해 특허를 얻어 놓았는데 이를 상품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지인은 자전거 제조사에 이 페달을 납품할 계획이라 했지만 정 대표는 직접 자전거 완제품을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자신도 거액을 투자하고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중국과 자전거 선진국인 대만을 오가며 기술개발과 함께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그렇게 탄생한 자전거가 바로 ‘까롱’이다.
세계 16개국에서 특허를 받은 유니세트를 장착한 이 자전거는 6가지 페달링이 가능하다. 보통 자전거처럼 달릴 수도 있고 △한 발 170도 상하운동 △한 발 360도 회전운동 △양발 170도 상하운동 △양발 동시 360도 상하운동 △양발 동시 170도 상하운동 등 5가지 멀티 기능이 가능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페달링을 하면 지루함을 덜 수 있고 각종 근육을 움직이기 때문에 운동 효과도 크다.
자전거 한류(韓流)를 향해
6년간의 노력 끝에 상용화에 성공한 ‘까롱’은 이달 GS샵과 롯데아이몰, 인터파크 등을 통해 일반 판매를 시작했다. 헬스클럽이나 가정에서 쓸 수 있는 인도어용과 야외에서 탈 수 있는 아웃도어 모델 등 2종류가 있다. 아웃도어 모델은 또 미니벨로와 MTB, 폴딩, 하이브리드 모델로 세분된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5월 6∼9일 상하이 국제 바이크쇼에서 ‘까롱’은 세계 유수의 자전거 바이어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이 같은 관심을 발판으로 인터파크의 일본 관계사인 글로벌엠앤에스, 중국 관계사인 심천 인터파크 무역회사를 통해 수출도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현지 판매를 위한 제품 광고를 촬영하고 있고, 러시아, 미국, 아르메니아, 호주의 자전거 회사와 완제품 및 부품 납품 계약을 추진 중이다. 정 대표는 “자전거 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진국형 산업인데 국내에서는 대부분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자전거를 수입하고, 레저용 고가 자전거도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공급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손으로 만든 국산 자전거 ‘까롱’이 전 세계를 누비도록 하는 게 목표다. 몇 년 안에 자전거 한류를 일으킬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JK6는 ‘까롱’을 “200년 자전거 역사의 패러다임울 바꿀 자전거 기술의 신혁명”이라고 자랑한다.
‘까롱’이 일반 자전거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 16개국에 특허를 출원한 페달 기능 덕분이다. 일반 자전거처럼 탈 수 있지만 멀티 기능으로 전환하면 추가로 다섯 가지 페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직접 한 번 타 보면 엄청난 운동 효과가 있다는 걸 절감할 수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KISS)에서 내놓은 연구 결과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까롱’은 일반 자전거에 비해 칼로리 소모량이 1.5배 이상 된다. 한 발 170도 상하운동과 한 발 360도 회전운동은 엉덩이나, 무릎, 발목 등 부위에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재활 치료에 큰 효과가 있다. 양발 170도 상하 스텝 운동은 걷기나 달리기와 같은 자연 보행식 운동으로 고관절이나 무릎, 척추에 무리를 주지 않고 운동이 가능하다.
양발 동시 170도 상하운동이나 양발 동시 360도 회전운동은 유소년들의 성장판을 자극해 성장기 발육에 도움을 준다. 또 윗몸일으키기 효과가 있어 중년 남성이나 여성의 뱃살 및 허리살을 빼는 데 효과가 있고 활발한 장운동으로 변비 예방 효과도 있다. 양발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신체 밸런스를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양한 페달링을 하기 때문에 종아리에서부터 척추, 배, 팔뚝, 어깨에 이르기까지 전신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다.
KISS의 윤성원 박사는 연구 보고서에서 “설문 조사 결과 일반 자전거의 운동 효과성과 유희성이 3.07과 2.08(5점 만점)을 기록한 반면 ‘까롱’은 각각 3.62와 3.3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이나 운동 효과 모두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했다는 의미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jk6bike.co.kr)을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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