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김철수 씨는 2006년 13억 원에 아파트를 취득했다. 현재의 시세는 9억 원. 7년 새 무려 4억 원이나 자산가치가 줄었다. 김 씨는 언젠가 이 아파트의 가격이 예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이 떨어진 지금 이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할까 고민 중이다. 가격이 4억 원이나 떨어졌기 때문에 증여세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떨어졌을 때 부동산 증여하면 ‘절세’
증여세는 증여 받는 재산에서 증여공제를 적용하고 여기에 세율을 곱해 계산한 세금을 재산을 받는 사람이 납부하는 세금이다. 이때 증여받는 재산의 가격은 증여할 당시의 시가로 평가한다.
김 씨 사례처럼 부모가 13억 원에 아파트를 취득했더라도 증여일의 시가가 9억 원이라면 ‘9억 원’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낸다. 결국 김 씨는 현재의 자산가치는 하락했지만, 증여 시점을 취득 시점과 다르게 하면서 약 1억5000만 원가량의 증여세를 절약할 수 있다. 단 자산가치의 하락을 기회로 삼아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부동산은 기준시가가 아닌 시가로 세금을 내야 하는 부동산에 한정된다. 주택이 대표적인 예다.
저평가된 금융자산도 혜택
주식의 경우 증여하려는 날의 주가를 정확히 확인하기 쉽다. 한국거래소의 거래 종가만 보면 된다. 다만 주식은 대내외적 변수에 따라서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내리기도 하기 때문에 한 시점만을 삼아 평가액을 매기기 힘들다. 이 때문에 세법에서는 ‘증여일 이전 2개월∼증여일 이후 2개월’에 해당하는 4개월 간 한국거래소의 종가평균액으로 시가를 결정한다. 즉 주식은 증여한 날로부터 2개월이 지나야 재산을 얼마나 증여했는지 알 수 있다.
채권(국공채, 회사채 등)은 원금과 이자가 확정돼 있다. 이 때문에 국가나 우량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주식보다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채권는 과거 2개월간의 종가평균액과 최종거래일의 가격 중 큰 금액을 시가로 한다. 따라서 채권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 증여하면 추가적인 세(稅)테크가 가능하다. 기타 예금, 저금 및 적금은 증여일까지 불입한 현금에 이자수입(세금 제외)을 더해서 계산하기 때문에 현금을 증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 저축성 보험의 경우 그 평가법이 일반 적금과는 차이가 있다. 연금지급이 개시되지 않았다면 평가 방법이 적금과 유사하다.
그러나 연금 지급이 시작된 상태에서는 재무적 방법에 의해서 그 가치를 평가하도록 되어있다. 즉, 연금지급 기간 동안 받을 연금액과 최종적으로 받게 되는 원금의 현재가치로 평가한다. 이렇게 하면 명목상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장점이 있다.
증여, 취소도 가능
증여를 하고 나서 특정한 요인에 의해 가치가 폭등하거나 폭락할 수 있다. 폭등할 경우 예상하지 못했던 증여세를 내야 하므로 보유 중인 자산을 팔아야 하는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폭락하면 증여일을 더 늦춰서 증여세를 더 줄일 수도 있다.
이처럼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안에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 이럴 땐 처음부터 증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모든 증여재산에 적용 가능하다.
다만 이미 부담한 취득세 등 증여세가 아닌 세금은 돌려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부동산의 증여 취소는 여러 상황을 감안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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