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오후의 무지개를 즐기듯… 변화무쌍 록의 향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5일 03시 00분


[임 캐스터의 주말 록페 기상도]<1>안산밸리록페스티벌
(7월 26∼28일 경기 안산 대부도 바다향기 테마파크·국내외 80여 개 팀 참가)

《 밖은 덥고 습해요. 근데 마음속에 비를 내리고 무지개를 띄우는 건 음악입니다. 26일, 한국사에서 가장 뜨거운 록 페스티벌 시즌이 시작되죠. 5개의 대형 축제가 8월 18일까지 거의 매주 열립니다. 실제 날씨와는 별개, 마음을 움직일 음악 날씨를 예보해 드리겠습니다. 벌써부터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 들릴까봐 겁나.’ 》

○ 7월 26일, 맑음.


안산밸리록페스티벌 첫날 3시간 동안 공연할 영국 밴드 큐어. 전설적인 팀의 첫 내한공연이어서 평단은 흥분하고 있지만 열성 팬이 아니라면 지루할 가능성이 높다. 로버트 스미스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보컬), 신나는 곡 많이 해주세요. 안산밸리록페스티벌 제공
안산밸리록페스티벌 첫날 3시간 동안 공연할 영국 밴드 큐어. 전설적인 팀의 첫 내한공연이어서 평단은 흥분하고 있지만 열성 팬이 아니라면 지루할 가능성이 높다. 로버트 스미스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보컬), 신나는 곡 많이 해주세요. 안산밸리록페스티벌 제공
화창하고 긴 하루가 되겠습니다. 미국의 20인조 밴드 ‘폴리포닉 스프리’의 무대는 아프리카 부족의 승전 기념 잔치를 록 오페라로 옮긴 듯할 거예요. 록 밴드 편성에 관현악, 합창단까지 합친 대(大)부대가 요란한 상하의를 맞춰 입고 나올 건데, 여성 합창단은 후렴구가 터질 때 일제히 손들고 뛰면서 ‘부흥회’를 이끌 겁니다. 이 독특한 팀을 초장에 배치한 ‘안산밸리’의 스타트가 신선합니다.

영국 록 밴드 큐어는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50곡을 연주할 거래요. 1976년 결성됐는데, 풍성한 펑크 머리를 한 보컬 로버트 스미스의 카리스마는 여전해요. 찰랑대는 기타, 건반 소리 덕에 스피커에서 시원한 바람 좀 불 거예요. 근데 축축 늘어지는 느린 곡이 많아서 졸기도 십상. 신나는 히트 곡 ‘프라이데이, 아임 인 러브’는 꼭 들어보고 갈 것.

6시 40분부터 나오는 미국 밴드 뱀파이어 위크엔드를 강력 추천합니다. 올해 낸 3집에서는 북유럽 가구 같은 단순한 우아함에 초점을 맞춰 음악적 경지에 올랐어요. 달콤한 곡 ‘스텝’을 들어보세요. 요즘 표절 논란이 된 로이킴의 ‘봄봄봄’이 뼈대로 한 해묵은 ‘캐논식 화성진행’에서 여전히 얼마나 신선하고 아름다운 곡을 뽑아낼 수 있는지를.

○ 7월 27일 비.

미국 DJ 스크릴렉스는 블록버스터 영화 ‘트랜스포머’를 연상시킬 겁니다. 이 사람, 원래 록 밴드에서 기타를 치다 DJ가 됐거든요. 날카로운 연속 스타카토로 정신없이 쏘아붙이는 전자음이 폭우처럼 쏟아질 겁니다. 대형 화면에는 로봇 애니메이션이나 1인칭 슈팅 게임의 이미지가 만드는 어지러운 데칼코마니가 음악에 맞춰 투사될 거예요.

스크릴렉스가 저격용 총이라면, 아일랜드 록 밴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은 산탄총이에요. 잔뜩 일그러진 기타 사운드, 웅얼대는 보컬은 유려한 멜로디와 화성을 부연 안개비 속에 흩트릴 겁니다. 성난 고흐와 모네, 뭉크가 전자기타로 풍경을 그린다고 상상해보세요. 1집 첫 곡 ‘온리 섈로’ 먼저 들어보세요.

유난히 눈비를 부르는 팀이 많습니다. 3호선 버터플라이, 넬, 디어클라우드…. 3시부터 7시 30분까지 국내 밴드 라인업이 좋아요.

○ 7월 28일 흐림.

비구름은 물러갔지만 전자성 저기압의 영향으로 하루 종일 흐리겠습니다. 올해 그래미 신인상을 받은 미국 밴드 펀은 말 그대로 재미날 거예요. 영국 밴드 퀸을 향한 21세기 미국 팝계의 송가. 신나는 곡 ‘위 아 영’에서 ‘오늘밤/우린 젊어/세상을 불태우자’는 후렴구는 따라 해줘야 훨씬 더 재밌을 듯….

밤에는 미국의 인더스트리얼 록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가 멀티미디어로 만들어내는 기괴한 무대 연출을 즐기면 돼요. 자정 무렵까지 형, 누나, 부모님이 피로를 호소하지 않는다면 영국의 신스팝(synthpop) 듀오 허츠를 같이 보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F.R.데이비드나 티어스 포 피어스가 21세기로 날아와 뱀파이어 미드를 잔뜩 본 뒤 만들어낸 듯한, 신나고 어둡고 예쁜 멜로디의 전자음악. 유튜브에서 히트 곡 ‘블라인드’ 뮤직비디오를 먼저 찾아보세요.

1일권 14만 원, 3일권 24만 원. www.valleyrockfestival.com 1588-0688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안산밸리록페스티벌#큐어#DJ 스크릴렉스#뱀파이어 위크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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