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별세한 원로 서양사학자 노명식 전 한림대 교수(1923∼2012)의 마지막 유고가 출간됐다. ‘21세기 한반도의 세계사적 전망’(책과함께·사진)으로, ‘노명식 전집’의 마지막 13권이 되었다.
2011년 6월 노 교수는 50여 년간 쓴 저서와 논문, 신문기고, 강의록 등을 모아 12권 분량으로 ‘노명식 전집’을 출간한 바 있다. 당시 자비 약 1억2000만 원을 들여 비매품으로 전집을 펴낸 뒤 제자와 지인, 학교 도서관, 연구자에게 기증했다.
신간은 2000년을 전후로 전개된 냉전의 종식과 9·11테러, 이라크전쟁 등을 배경으로 세계사적 흐름과 한반도의 정세를 전망한 책이다. 노 교수는 중국의 중화사상과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을 경계하면서 “중국에 기대어 통일을 이뤄보겠다는 기대는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또 ‘팍스 아메리카나’의 수립은 역사적 필연이기 때문에 세계화 시대에 한반도 통일은 미국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이 책을 마무리하다 별세했다. 고인의 아들인 노삼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문장을 다듬고 오탈자를 수정하는 편집 작업을 맡았다. 노 교수는 책의 말미에 “필자는 한평생 한 일이 별로 없지만, ‘역사가 무엇인가, 이 역사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내 나름으로 공부하고 사색해오면서, 이 민족의 통일의 기회가 언제 어떤 조건하에 올 것인가에 늘 관심을 기울여왔다”며 “어떻게 하면 이 고통에서 하루라도 속히 해방될 수 있을 것인가를 나름대로 고민한 사색의 산물임을 밝힌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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