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하 속에서 거대한 생명체가 발견됩니다. 몸길이가 10m가 넘고 날개가 달렸는데 얼굴은 늑대를 닮았습니다. 공룡과 함께 살았다고 하니, 빙하 안에서 6500만 년을 지낸 셈입니다. 움직일 수는 없으나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이야기 사이사이에 이 생명체의 생각이 끼어듭니다.
이름은 아이모라고 합니다. 공룡과 같은 시기에 살았고 같은 시기에 멸종될 뻔한 늑대박쥐라는 생명체 중 하나입니다. 그들은 공룡과 달리 달에서 받은 기운을 내부 에너지로 증폭시키는 능력이 있는 고등 생명체였습니다. 지구의 급격한 변화는 달에도 영향을 미쳤고 달의 에너지가 약해져 자신들의 에너지를 채울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늑대박쥐들은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구 내부의 어느 장소에 휴면 상태로 은신했습니다. 앞으로 나타날 지혜로운 생물이 자신을 도울 수 있는 날을 기다리기 위해서입니다. 아이모는 그 지혜로운 생물과 교신을 하는 선발대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6500만 년 동안 누군가에게 교신을 보낸 겁니다.
인간의 시간 20세기에 그 교신을 받은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엉뚱하지만 집요한 과학자 선 교수와 공룡에 관심이 많은 열 살 소녀 리리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고등 생물이 아닌가 봅니다. 늑대박쥐들은 지구의 또 다른 시간을 기대하며 휴면 상태에 들어갑니다.
이 책은 중국 동화입니다. 중국이란 나라가 가진 대륙적 기질 때문일까요, 이야기에서 설정한 공간과 시간의 크기가 압도적입니다. 이야기의 마지막, “이제 앞으로 1억3500만 년을 더 기다릴 수 있을 뿐”이라는 아이모의 말이 계속 기억에 남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놓치지 않습니다. 꼭 과학자가 되어서 다시 돌아오겠다는 열 살 리리의 다짐이 뿌듯하기도 합니다.
주인공 리리와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미있습니다. 시쳇말로 강추합니다. 화려함과 자극성이 난무하는 동화 시장에서 담백한 표지와 제목 때문에 외면받을까 걱정되어 한마디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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