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아이들 마음속 들어가 본 적 있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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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이아/권윤덕 글·그림/148쪽·1만9800원/창비

창비 제공
창비 제공
누구에게나 흐린 날이 있다. 걷고 또 걸어도 구름은 좀처럼 걷히지 않을 것 같다. 그 와중에 장대비가 축 처진 어깨를 적시거나 거센 바람이 머리카락을 난데없이 헝클어댄다. 그냥 주저 앉아버리고 싶은 그런 날. 그림책에 등장하는 여섯 아이도 저마다 고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가는 2010년 순천 기적의 도서관에서 하는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지었다. 동네 아이들이 개에게 책을 읽어주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아이들은 골든레트리버종의 커다란 개 ‘키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산만하고 무력한 모습을 떨쳐 버렸다. 아이들은 키스의 옆에 누워서 책을 읽어주기도 했고 다른 아이가 낭독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이야기 듣는 개 키스가 책 속에도 등장한다. 키스는 아이들을 쳐다본다. ‘저 아이들 가슴속엔 무엇이 자라고 있을까.’

상민이네 지하방에는 바퀴벌레가 나온다. 맞벌이하는 부모는 상민이를 할아버지에게 맡겼다. 상민이는 영어를 잘 못하고, 다른 애들을 툭툭 건드린다고 매번 야단을 맞거나 놀림을 당한다. 무시가 담긴 친구들의 눈초리. ‘나도 살아 있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을까.’

미정이 엄마는 시험 점수와 등수를 올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미정이는 뜨개질을 하다가 영어 학원도, 수학 학원도 빼먹었다. 미정이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친구들과 경쟁하려고 할 때보다 서로 도우려고 할 때 마음이 따듯해지잖아.’

부모가 노상 싸우는 윤이는 자기 자신이 너무 작아 보이고, 아빠가 실직한 채림이는 숙제와 준비물을 제대로 못 챙긴다. 아이들은 세상의 그늘에 산다. 하지만 잘린 가지를 다시 키우고 새잎을 돋우는 나무처럼 우리도 상처를 치유할 힘을 우리 몸속에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6편의 에피소드에는 공통적으로 ‘피카이아’가 등장한다. 피카이아는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4∼5cm 크기의 동물. 수많은 동물이 멸종한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아 척추동물의 조상이 됐다. 키스는 아이들을 안아 주면서 말한다. ‘사랑하는 나의 피카이아들!’ 그저 살아남았다는 것, 누구나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는 메시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피카이아#아이들#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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