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이 늦춘 죽음의 경계, 그 모호함에 대해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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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다시 쓴다
샘 파르니아, 조쉬 영 지음/박수철 옮김/340쪽·1만6000원/페퍼민트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해 수많은 사람이 대서양의 차가운 바다에 빠졌다. 사고가 발생한 지 약 2시간 만에 첫 구조선이 현장에 나타났다. 구조원들은 차가운 물 위에 떠 있는 시체 수백 구를 보며 허망할 따름이었다. 만약 100년이 지난 2012년에 타이타닉호가 침몰했다면 어땠을까. 미국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의 중환자의학 교수 및 소생술연구소장인 저자 샘 파르니아는 최신 소생의학을 적용하면 그 시체들은 되살아날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비록 심장 박동은 멈췄을지라도 찬 바다에서 체온이 떨어지면 세포가 잘 보존되기 때문에 소생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 제목은 죽음의 ‘정의’를 다시 쓸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심장박동이 정지되면 응당 사망으로 여겼다. 이제는 소생의학의 발달로 심장 정지 후에도 환자를 뇌손상 없이 살려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책은 그동안 주로 철학이나 종교적으로 논의되어 온 죽음을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최신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저자는 “죽음은 종말이 아니며,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외부적 개입이 가능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심장박동이 멎은 뒤에도 신경세포와 뇌조직은 8시간까지, 피부 세포는 24시간까지, 뼈는 4일까지 생존할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따라서 세포 사멸을 늦출 수 있는 최신 냉각 요법과 소생술을 적절히 처방할 경우 환자는 뇌손상 없이 살아날 수 있다. 따라서 사망을 판정하는 기준이 더욱 엄밀해져야 하고, 장기 이식 시기 결정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의 아버지는 17년간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다가 죽었다. 이를 지켜보며 자란 저자는 소생의학을 공부해 의사가 된 뒤 수백 명을 죽음으로부터 소생시켰다. 현재 그는 심장박동이 멎었다가 살아난 사람들의 진술을 토대로 심장정지 상태에서의 뇌와 의식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가 발전하면 사후세계에 대해 알 수 있을지 모른다.

죽음이 불변의 사실로 굳어지는 때는 정확히 언제일까. 저자는 “현재로선 잘 모른다”고 답한다. 어떤 시점을 정하든 그것은 임의적일 뿐이며 과학이 발전하면 그 시점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죽음을 다시 쓴다#과학#소생의학#죽음#식물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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