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글쓰기 노하우를 알려준다는 책을 구해 읽었다. 시중에 떠도는 글에 빨간 펜으로 밑줄을 긋고 단어나 문장을 뜯어고쳐 놓았다. 기계적인 설명이 지루해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읽고 나서도 막상 내 글을 쓰려니 자판 위에서 손이 버벅거렸다. 글쓰기 책을 요행을 바라는 심정으로 몇 번 읽어보았는데 결과는 매번 비슷했다.
좋은 글쓰기를 욕심내는 독자라면 이 책이 궁금할 거다. 조선시대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을 공개한다고 하니 기대감을 높인다. 저자는 연암 글쓰기의 본질과 정신 전략을 살피고 저자의 분석을 책에 담았다. 연암이 글쓰기에 관해 언급한 글, 빼어난 글도 책에 옮겼다. 독자는 연암이 죽비로 등을 내려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저자는 연암의 글을 자연 사물의 생태로부터 깨달음을 얻어 나와 타자, 인간과 자연 간의 다양성을 자각하고 상생과 공존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생태 글쓰기’로 정의했다. 생태 글쓰기를 가능하게 한 비결 중 하나는 뛰어난 관찰력. 박지원은 코끼리 눈을 묘사하며 ‘초승달처럼 매우 가늘어서 간사한 사람이 아첨할 때 눈웃음부터 치는 것처럼 보인다’고 썼다.
연암은 나쁜 글은 엄하게 꾸짖었다. 상투적 표현, 베끼기는 용서하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쓰는 말은 먹지도 않을 맛없는 음식을 죽 늘어놓은 것 같다고 했다. 비슷하다는 말은 이미 참되지 않은 것이라며 단죄했다. 심심한 글도 낙제점을 줬다. 남을 아프게 하지도, 가렵게 하지도 못하고 데면데면 우유부단한 글은 쓸 데가 없단다.
어떻게 써야 할까. ‘사의(寫意)’, 글이란 뜻을 드러내면 그만일 뿐이라고 했다. 글을 짓는 사람이 참되면 된단다. 다만 쓸 때는 전략을 세워 써야 한다. 글자는 군사고 글자가 문장을 이루는 일은 대오를 이루어 진을 치는 것과 같지만 전략은 상황에 따라 변화시켜야 한단다. 아, 어렵다. 그를 상사로 만나지 않은 게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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