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새벽, 어두운 바다에 천천히 푸른빛이 물들기 시작한다. 아주 조금 밝아진 하늘, 아침 햇살의 앞자락과 함께 조업을 마친 배들이 돌아온다. 등대가 있어 좋다. 가느다란 빛줄기 하나 있으매, 황량한 바닷바람도 정겹다.
포구의 낭만도 잠시, 어부들은 갓 잡은 고기들을 내리며 그들만의 길고 고단했던 하루를 마친다. 잠시 쉴 틈도 없다. 검은 밤엔 거친 바다로 나가 풍랑과 싸우며 고기떼를 찾아 헤매고, 포구로 돌아와선 하역잡업을 마치자마자 다음 조업에 쓰일 그물을 손질한다. 그래서 포구는 ‘만선의 낭만’이라기보다 ‘생존의 전쟁터’다. 푸른 어둠이 걷히고 바다가 붉은 기운을 머금기 시작하면 하나 둘 갈 매기들이 뱃머리를 맴돈다. 배들마다 환하게 밝혀진 백열등은 인근 아낙들의 고기 손질하는 모습을 비추고, 조업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은 어부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숨을 고른다.
늘 그렇듯,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새벽의 구룡포에선 시작과 끝이 공존하며 멈추지 않는 어부들의 불꽃 같은 삶이 펼쳐진다. 오늘도. 구룡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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