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2층 전시장에 걸린 병풍을 보는 순간 입이 벌어진다. 진짜 호랑이와 표범 가죽을 펼쳐놓은 듯한 문양이 반복되는 단순한 그림인데 터럭 하나까지 세밀하게 그리면서도 세련된 구성으로 현대적 감각을 뿜어낸다.
조선시대 수묵화에 비해 저평가된 채색화의 복권을 위해 기획한 ‘吉祥-우리 채색화 걸작전’에 나온 ‘호피도(虎皮圖)’ 병풍이다. ‘책가도’ ‘장생도’를 조명한 1부 전시에 이어 2부에 나온 호피도나 포도를 그린 병풍은 규모와 내용면에서 두루 인상적이다. 대부분 소장가들이 처음 공개한 옛 그림이다.
10폭짜리 ‘백수도(百獸圖)’에선 닭 원앙 고슴도치 같은 현실세계의 짐승과 봉황 해태 같은 상상 속 동물이 공존한다. 위쪽에 날개 달린 짐승을, 아래는 땅에 사는 동물을 그렸는데 마치 동물도감을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미술평론가 윤범모 씨는 “한국 회화사의 주류는 채색화”라며 “생산된 작품의 수와 규모로 보나, 소비 계층의 광역화와 인원으로 보나, 민족의 주체적 사상 측면에서 보나 수묵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8월 20일까지. 5000원.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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