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술관은 숨겨진 보물”

  • 동아닷컴
  • 입력 2013년 8월 2일 19시 14분


■ ‘구글 아트프로젝트’ 이끄는 아미트 수드 디렉터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말하면 다들 안 믿더군요. 구글 아트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문화의 진수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국내외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구글 아트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아미트 수드 구글문화연구소 디렉터(사진)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내 한국의 주요 미술관, 박물관 2∼5곳을 세계 무대에 진출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해 10여 개 문화예술 기관을 잇달아 접촉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국내에서 구글 아트프로젝트에 소장품의 상세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사립미술관협회다.

구글 아트프로젝트(www.googleartproject.com)는 세계 최대 검색기업인 구글이 2011년 2월 공식적으로 추진 계획을 알린 글로벌 온라인 미술관 프로젝트다. 인류 공동의 문화자산이지만 박물관의 벽에 갇혀 있는 예술작품을 온라인에 공개해 누구라도 쉽게 감상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43개국 300여 개의 미술관이 참여해 4만 점이 넘는 이미지와 관련 해설을 구글 아트프로젝트에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끼지 못하면 글로벌 위상이 깎인다고 생각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수드 디렉터는 7년 전부터 구글에서 일하고 있다. 2008년 세계 곳곳의 길거리 이미지를 고스란히 지도 위에 옮겨놓는 ‘스트리트 뷰’ 팀에서 일하다 ‘길거리뿐 아니라 박물관,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실행에 옮겼다.

그는 인도에서 자란 개인적인 이력도 도전에 나선 이유라고 했다. 인도 뭄바이에서 나고 자란 그는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렘브란트나 고흐의 작품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이런 혜택을 널리 퍼뜨리는 것처럼 멋진 일이 또 있겠느냐”고 말했다.

단순히 해당 작품의 디지털 정보를 온라인에 옮긴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 고전 명화들은 70억 픽셀의 초고화질 이미지로 재탄생했다. 이처럼 인간 망막의 한계를 넘어서는 고해상도 이미지는 컴퓨터로 자유자재로 확대할 수 있어 실물을 보는 것보다 훨씬 감동을 준다. 나아가 미술관을 걸어가며 감상할 수 있는 기능과 작품 검색 기술까지 접목해 다양한 문화권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한눈에 비교도 할 수 있다.

수드 디렉터는 “처음에는 서양 미술작품이 중심이 됐지만 이제는 다양한 문화권의 역사와 예술작품을 소개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며 “작지만 진심을 담은 아시아 미술관들과 협력하기 위해 한국부터 찾았다”고 말했다.

구글 아트프로젝트는 ‘예술의 상업주의를 피하자’는 취지를 앞세워 세계적 미술관, 박물관들과 신뢰 관계를 쌓았다. 하지만 구글의 영향력이 예술계까지 확장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작품의 모든 권리는 해당 미술관 등에 있고 우리는 단지 소프트웨어 기술만 제공하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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