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작은 집이 힐링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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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비-스트레스와 이별하고 자유 만끽… 10㎡ 스몰하우스 주인들의 사연 소개
◇작은 집을 권하다/다카무라 토모야 지음/오근영 옮김/180쪽·1만2000원/책읽는수요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숲 속에 지은 13㎡(약 4평)짜리 오두막집(왼쪽). 부부가 함께 사는데 가끔 손님들도 찾아와 거실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 작은 사진은 미국의 한 여성이 약 790만 원을 들여 지은 9㎡(약 3평)짜리 집. 아래층에 주방과 화장실, 거실이 있고 지붕 밑 로프트가 침실이다. 지붕에 낸 창문을 통해 밤마다 별을 쳐다볼 수 있다. 책읽는수요일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의 숲 속에 지은 13㎡(약 4평)짜리 오두막집(왼쪽). 부부가 함께 사는데 가끔 손님들도 찾아와 거실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 작은 사진은 미국의 한 여성이 약 790만 원을 들여 지은 9㎡(약 3평)짜리 집. 아래층에 주방과 화장실, 거실이 있고 지붕 밑 로프트가 침실이다. 지붕에 낸 창문을 통해 밤마다 별을 쳐다볼 수 있다. 책읽는수요일 제공
● 집에 상당한 돈과 시간을 들이기보다 가능한 한 적게 소유하고 간소하게 살면서 돈에 쫓기지 않으니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     
     

혼자 사는데 괜히 빚내서 넓은 집 샀다가 ‘하우스푸어’가 된 사람,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찐 살을 쫙 빼고 싶은 사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잠들고 싶은 사람,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통나무집을 동경하는 사람,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일본인인 저자는 스물일곱 살에 이미 ‘승자의 무리 중에서도 승자가 되었다’. 일본 도쿄 근교에 땅 있고 집 있는 남자가 된 것. 잡목 숲에 있는 그의 집은 10m²(3평) 남짓. 주차장에서 승용차 한 대를 세울 크기다. 10만 엔(약 113만 원)이 채 안 되는 비용으로 직접 지은 오두막이다. 매달 집세나 대출금도 안 내고 고정자산세도 없다.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전기를 무료로 쓰고, 집이 좁으니 쓸데없는 물건을 사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그는 한 달에 2만 엔(약 22만6000원)으로 넉넉하게 산다.

이 책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몰 하우스 운동’을 소개한다. 미국에서 착공되는 주택의 평균 연면적은 1950년 약 100m²(약 30평) 이후 계속 넓어졌다. 하지만 2008년 2분기 244m²(약 74평)로 정점을 찍었다가 리먼 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4분기에는 218m²(약 66평)로 축소됐다. 스몰 하우스 운동은 이런 거주공간의 축소 지향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여기서 스몰 하우스는 그냥 작은 집이 아니다. 10m² 안팎의 극단적으로 작은 집을 말한다. 저자는 미국과 호주에서 스몰 하우스를 지어 사는 사람 6명을 찾아가 집을 구경하고, 작은 집에 살면서 경험하고 느낀 다양한 사연을 들었다.

책에 소개된 스몰 하우스들은 대부분 비슷한 구조다. 나무로 된 앙증맞은 단독주택이고, 주방과 욕실, 다용도 거실이 있으며, 침실은 삼각형 지붕 바로 밑에 있는 로프트다. 작다고 얕보면 섭섭하다. 집 안에 변기, 샤워시설, 싱크대, 냉장고, 책상, 침구처럼 꼭 필요한 건 야무지게 다 갖췄다. 전기는 지붕에 설치한 태양열 집열판으로 해결하고, 화장실에는 배설물을 냄새 없이 퇴비로 발효시키는 콤포스트(compost) 변기가 있다.

취향에 따라 지붕 한쪽에 유리창을 달면 로프트 침실에 누워 밤마다 별을 보며 잠들 수 있다. 집이 작으니 살림살이도 단출하다. 무엇보다도 스몰 하우스 거주자들은 넓은 집, 과소비와 이별한 대신 자유와 행복을 얻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 평짜리 집에 혼자 산다고 해서 몸집이 작거나 은둔형 외톨이일 것이라고 예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이들은 시간적 여유를 바탕으로 가족, 친구, 지역사회와 자주 교류한다.

저자의 스몰 하우스 순례는 미국 제이 셰퍼의 집에서 출발한다. 미국에서 스몰 하우스 운동을 주도한 셰퍼는 1999년 아이오와대 미술 강사를 그만두고 10m²짜리 집을 짓고 ‘스몰 하우스’라 이름붙였다. 먼저 적당한 집을 상상한 뒤 불필요한 설비나 공간을 가능한 한 제거하는 ‘뺄셈 스타일’로 설계했다. 현관문은 성인 남자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크기다. 저자는 “문이라는 게 원래 누군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지나가기 위한 것은 아니므로, 한 사람만 드나들 수 있어도 충분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셰퍼는 이 집을 지은 뒤 스몰 하우스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회사를 차렸다. 가구와 냉장고, 싱크대, 급배수 및 전기 설비까지 완비된 스몰 하우스 가격은 약 370만 엔(약 4180만 원). 물론 집주인이 자기 살 집을 직접 짓거나 건축 폐자재를 재활용하면 스몰 하우스 장만에 드는 비용은 훨씬 줄어든다.

컴퓨터 컨설턴트인 그레고리 존슨은 2003년만 해도 이혼과 업무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생활로 몸무게가 150kg까지 불어난 외로운 뚱보였다. 하지만 스몰 하우스에서 살게 된 이후 6년 만에 몸무게를 50kg 감량하고 재혼에도 성공했다. 자동차를 팔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데다 집 관리와 청소가 줄어든 덕분에 돈과 시간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생활비 걱정이 줄어 스트레스가 줄고 폭음과 폭식에서 벗어났으며 일도 더욱 즐거워졌다.

작은 집 건축 이야기뿐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철학까지 엿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책 속의 집주인은 소유나 과시를 위한 집 대신 자유로운 삶을 가능케 하는 집을 택했다. 집에 상당한 돈과 시간을 들이기보다 가능한 한 적게 소유하고 간소하게 살면서 돈에 쫓기지 않으니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 “너무 큰 집은 집이라기보다 채무자의 감옥”이라는 셰퍼의 말이 정답처럼 들린다.

물론 스몰 하우스는 혼자 사는 사람에게 적합하다는 한계가 있다. 저자는 자녀가 생길 경우 자녀가 독립하기 전까지 별채를 들이는 방식을 제안한다. 어느 나라나 1인 가구가 늘고 있고,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갖지 않거나 수명 연장으로 자녀 독립 후 노부부끼리만 사는 기간이 길어지는 추세다. 이런 현실에서 여러 주거 형태 사이에 스몰 하우스라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기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꼭 10m² 이하의 극단적으로 작은 집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그 선택지는 더 넓어진다. 우리가 관성적으로 따르는 규격화된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고 나만의 삶의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작은 집을 권하다#스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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