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당하는 입장에선 기분 나쁘겠지만 비교 좀 해야겠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을 딱 보는 순간,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가 쓴 베스트셀러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김영사)가 떠올랐다.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쉽고 재밌게 풀어가는 방식이 닮았다. ‘죽은 경제학자…’가 경제학 입문서로 인기를 끌자 지난해 ‘죽은 경제학자의 망할 아이디어’(비즈니스맵)란 비슷한 제목의 책도 나왔다.
경제학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마르크스(1818∼1883)에 대한 서술을 비교해 보자. 두 책 모두 마르크스의 한계를 지적했다. 생산량 증대가 더 나은 삶의 조건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마르크스의 믿음과 달리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은 놀랄 정도로 윤택해졌다는 것. 그런데 풀어내는 방식이 미묘하게 다르다.
이 책의 저자는 마르크스가 책상을 벗어나 주변을 둘러본 적도 없고 같은 문제로 고민하던 동시대 천재들과 교류는커녕 자기 생각도 드러내지 않았다고 못 박는다. 그는 마르크스가 기계화의 참상을 묘사하면서 공장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단정한다. 뇌리에 확 박힌다.
반면 ‘죽은 경제학자…’에선 마르크스를 곱씹어 보자며 몇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경제학 이론 위주로 그 한계를 평가한다. 마르크스 비판은 쉽지 않다며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조목조목 친절한 설명에 자연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죽은 경제학자…’가 경제학자를 통해 경제학을 풀어냈다면, 이번 책은 경제학을 빌려 학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책의 원제도 ‘위대한 추구: 천재 경제학자 이야기’(GRAND PURSUIT: The Story of Economic Genius).
기자 출신인 저자는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삶을 감동적으로 풀어낸 ‘뷰티풀 마인드’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올랐다. 이번에도 괴팍한 경제학자의 모습이 생생히 읽힌다. 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제인 오스틴과 찰스 디킨스의 작품을 책에 녹여 독자의 눈길을 잡는다. 경제학보다는 천재의 삶이 궁금한 독자에게 추천한다. 책의 두께에 지레 놀랄 독자를 위해 친절하게도 옮긴이가 드라마 시놉시스 형식을 빌려 경제학자의 일생을 책 말미에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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