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정재일 음악감독, 무대보다 빛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8일 03시 00분


뮤지컬 ‘분홍병사’ ★★★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분홍병사’의 음악감독 정재일(31). 10대 때부터 윤상 유희열 김동률 같은 쟁쟁한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천재소년’이라 불린 인물이다. 한상원 이적과 함께 밴드 긱스를 만들었을 때 그의 나이 겨우 17세였다.

1990년대 대중음악계의 총아와 뮤지컬의 인연은 2004년 시작됐다. 1978년 2000여 개의 불법테이프로 찍어낸 음악극 형식의 노동가요 음반 ‘공장의 불빛’ 복각 리메이크 작업을 준비하던 김민기 학전 대표(62)가 그의 소문을 듣고 편곡을 요청한 것. 음악적 우상이었던 대선배의 지시는 단 한 가지 “네 맘대로 해라”였다. 2008년부터 김 대표와 정재일은 연출과 음악감독으로 ‘고추장 떡볶이’ ‘도도’ ‘슈퍼맨처럼!’ 등 9편의 어린이 뮤지컬을 함께 만들었다. 정재일의 자작곡으로만 구성한 ‘그림자 소동’도 발표했다.

그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어린이극에는 전혀 관심 없었다”고 말했다. “그냥 선배님이 부르시니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마침 세키야 유키오(關矢幸雄)라는 일본의 원로 연극 연출가가 노구를 이끌고 지방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어린이극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렴풋한 경외심을 갖고 있었죠. 길이 묘하게 이어지는구나 싶었어요.”

프랑스 원작을 번안한 ‘분홍병사’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던 종전의 학전 어린이 뮤지컬과 다르다. ‘장난감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시종 뚜렷이 강조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보기에 적합한 내용. 정재일은 “어른이 즐기기 어려운 이야기인 데다 프랑스어 가사를 빼면 볼품없어지는 음악을 손보느라 두 달 정도 애먹었다. 기본 멜로디 빼고는 다 바꿨다”고 말했다.

컴퓨터게임에 몰두하다 마트 장난감 코너에 갇힌 소년이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들과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 허술한 의상과 어색한 연기는 극 초반 여러 차례 한숨을 짓게 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정재일의 음악, 분홍병사 역을 맡은 김동규의 안정적인 보컬이 부족한 디테일에서 슬쩍 눈을 돌리도록 만든다. 지난해 ‘모차르트!’에서 어린 모차르트로 출연한 ‘푸름이’ 역 윤우영(9)의 연기와 노래도 야무지다.

6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로 대학로를 벗어난 정재일의 뮤지컬 작업은 앞으로 더 확장될 예정이다. 내년 2월 피아노와 한국 전통 성악을 조합한 프로젝트 음반을 낸 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 작업에 참여한다. 그는 “어렸을 때는 무대에서의 음악은 한번으로 사라지는 것 같아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음악의 감동과 에너지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무대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연극 무용을 가리지 않고 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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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진의 조유신 김효숙 전문지 임호준 김태경 김재은 출연. 9월 22일까지. 3만원. 02-763-8233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분홍병사#정재일#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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