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사람마음 훔치는 법?… 스파이가 알려 주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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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비밀/레오 마르틴 지음·김희상 옮김/352쪽·1만3800원/북하우스

솔직히 제목만 봤을 땐 시큰둥했다. 요즘 관계니 신뢰니 설득 같은, 인간관계 함양에 대한 책이 너무 쏟아진다. 타인을 대할 때면 진심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닌가. 사람 마음 얻는데도 권모술수를 써야 하나 싶어 영 내키질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일단 저자가 독일 정보부 비밀요원으로 10년 동안 일했다지 않은가. 온갖 범죄조직 내에 ‘파우만(정보원 혹은 끄나풀)’을 발굴해 고급정보를 얻어내는 게 주 업무였단다. 적이었던 인물을 자칫하면 목숨도 잃을 일을 돕게 만드는 동지로 만드는 노하우를 들려준다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일단 책은 흥미진진하다. 러시아 마피아에서 꽤 높은 지위에 있는 티코프라는 인물을 어떻게 저자가 둘도 없는 핵심 파우만으로 만드는지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우연을 가장해 비행기 옆자리에 앉아 안면을 트기 시작해, 나중엔 병을 앓는 아들의 치료까지 도와주며 인간적 유대까지 쌓는 과정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실제로 책 말미에 보면 저자가 비밀요원을 그만둔 뒤 우연히 거리에서 티코프를 마주치는데, 이젠 각자의 길을 가지만 서로의 눈빛에서 묘한 신뢰를 발견하는 대목도 나온다.

저자는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은 크게 3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첫째, 타깃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사전정보는 뭐든지 긁어모아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준비하고 덤비는 놈은 당할 수가 없다. 둘째, 서둘지 말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진심을 다해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셋째, 확실한 보상과 인간적 대우로 마음을 열되 맺고 끊음을 확실하게 해 신뢰를 쌓는다.

사실 이렇게만 말하면 여느 인간관계 비법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을 직접 겪으며 쌓은 공력이 담겨 있다. 현장 체험이 물씬하다는 소리다. 그러니 어찌 귀 기울이지 않겠는가. 다만 비밀업무에 종사했던 탓에 이름은 가명을 쓴다는데, 얼굴 사진은 버젓이 띠지에 실려 있다. 흠, 살짝 어설퍼야 상대의 마음도 열리는 걸까.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관계의 비밀#비밀요원#인간관계#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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