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신은 지난달 26일 개막한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토드(Todd·죽음) 역으로 팬들을 만나고 있다. 일부 관계자는 “뮤지컬과 박효신의 창법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력에 비해 큰 작품을 맡은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무대에 오르자 모든 불안감은 말끔히 사라졌다. 토드의 화려한 몸동작과 무대를 잡아먹을 듯한 목소리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공연장은 박효신의 유혹에 빠지고픈 여성 관객들로 발 디딜 곳이 없다.
박효신이 뮤지컬을 먼저 선택한 이유는 가수로의 복귀에 자신감이 없어서가 아니다. 전역 후 30대가 되면서 색다른 도전에 목말랐기 때문이다.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고민하던 중 ‘오페라의 유령’을 봤는데 뮤지컬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마침 ‘엘리자벳’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원하던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죠.”
뮤지컬을 연습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양손을 사용하는 일이었다. 한 손으로 마이크를 들고 정적으로 노래하던 습관을 바꿔야 했다. 발레 등 몸동작을 익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래만큼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박효신은 고전 뮤지컬임에도 팝적인 요소를 살려 자신만의 스타일로 곡을 소화했다.
“토드는 이질감이 느껴져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요. 죽음의 그림자가 나타날 때마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음악도 달라지잖아요. 뮤지컬 발성보다 팝 성향을 살린 목소리가 더 어울릴 것 같았어요. 연출자인 로버트 조핸슨도 그걸 원했고요.”
박효신은 이번 공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오래 기다린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체중이 4kg이나 감소했고, 갑작스럽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많이 힘들었지만 공연 후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주는 팬들을 보면 다시 힘이 나더라고요. 저는 묵묵히 기다려 주는 팬들을 ‘나무’라 부르고 그들은 저를 ‘대장’으로 불러요. 어쩌다 대장이 됐어요. 팬들이 ‘대장’으로 불러줄 때면 기분이 참 좋아요. 내 사람 같기도 하고….”
박효신은 어느덧 30대가 됐다. 음악에 몰두해 여유조차 없던 20대를 보냈다. 전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힘든 시간을 겪기도 했다. 행여 친구들에게 피해가 갈까 만남을 꺼렸고 외출도 삼갔다. 그는 “그때는 ‘독’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값진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요즘 그의 최대 고민은 ‘연애’다. 그는 “연애를 정말 하고 싶다”며 “가끔 소개팅 자리에 나가지만 아직 인연을 못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형을 묻자 “성격이 잘 맞고…. 아, 먹는 거! 좋아하는 음식이 비슷했으면 좋겠다. 가장 중요한 건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내 마음을 쏟고 싶다”고 대답했다.
‘엘리자벳’을 마치면 박효신은 가수의 자리로 돌아간다. 자신의 목소리로 팬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올해 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앨범을 낼 거예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음악으로 선물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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