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신은 정말 존재하는걸까?… 과학의 눈으로 집중 해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7일 03시 00분


◇신의 흔적을 찾아서
바바라 해거티 지음/홍지수 옮김/387쪽·1만4000원·김영사

과학은 신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의심을 버리고 신을 믿어야 한다’는 종교계와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계. 이 책은 이런 배타적이며 화해 불가능한 두 패러다임의 중간 지대에서 신의 실체를 탐색하는 진지한 시도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유전학과 뇌과학, 화학, 신경정신학 등 여러 전문분야를 넘나들며 신과 영적 체험을 주제로 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엮어 두 패러다임의 화해 가능성을 모색한다. 유전적 영향이 개인의 영성에 차이를 가져온다든지, 세로토닌 같은 호르몬의 작용과 영적 체험에 유사성이 있다든지, 이런 체험이 뇌의 특정 부위(측두엽)나 뇌파(감마파) 활동에도 연관성이 있다든지 하는 저자의 방대한 취재 결과물은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과학을 통해 신의 흔적을 찾는 이 책의 탐사가 끝까지 뚝심을 잃지 않는 이유는 전적으로 저자의 내공에 있다. 25년 경력의 탐사 전문 작가이자 현재 미국 공영라디오(NPR)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과학적 연구 성과에 대한 객관성을 견지하면서도 ‘믿는 자’들을 향한 애정과 공감을 잃지 않는다. 이는 저자가 한때 생각의 변화만으로도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기독교 분파인 ‘크리스천 사이언스’ 신도였다는 사실과도 무관치 않다.

책장을 덮고 나면 신이라는 존재에 까칠할 수밖에 없다고 여겼던 과학이 어쩌면 신에게로 향하는 더 넓은 길을 열어 줄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창조론과 진화론으로 나뉘어 분열된 미국 사회의 맥락에서 쓰인 책이지만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에 진입하면서 종교적 관용과 종교 간 이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시사점이 크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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